‘톈안먼 추모집회’ 열리던 홍콩 빅토리아파크 올해는 친중단체가 장악
매년 6월4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가 열리던 홍콩 빅토리아파크를 올해는 친중 단체들이 장악한다. 홍콩 보안당국은 톈안먼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내 26개 친중 단체가 공동으로 다음달 3~5일 빅토리아파크에서 축제 행사를 개최한다고 30일 보도했다. 해당 단체들은 빅토리아파크 내 축구장 4곳에 200여개의 부스를 설치해 전통 수공예품과 먹거리 등을 판매하고 춤과 음악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가 열리는 빅토리아파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매년 6월4일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밤샘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방역을 이유로 한 홍콩 당국의 불허로 3년 동안 집회가 차단된 데 이어 이번에는 친중 단체가 집회 장소를 장악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철폐된 이후 집회를 금지할 명분이 없어지자 당국이 친중 단체를 동원해 집회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당국은 공원 유지 보수 공사를 이유로 빅토리아파크의 절반 가량을 다음달 말까지 폐쇄시킨 상태다. 빅토리아파크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한 친중 단체 관계자는 매년 6월4일 집회가 열리던 장소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단지 우연일 뿐”이라며 “경제를 활성하하고 홍콩인들을 행복하게 하며 사회적 조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축제를 여는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사실 친중 단체의 장소 선점이나 방해가 아니더라도 홍콩에서는 더 이상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후 사회 통제가 강화되면서 6월4일 집회를 주도했던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가 해산됐고 민주 진영이 와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인 2020년 6월4일까지만 해도 홍콩에서는 당국의 집회 불허에도 약 2만명의 시민들이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톈안먼 희생자들을 추모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단체나 동력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리차드 초이 유청 전 지련회 부주석은 “올해 6월4일 활동을 조직하려는 어떤 단체도 알고 있지 못하다”며 “현재의 정치 풍토를 고려할 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콩 보안당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엄포를 놨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지난 29일 “며칠 내 특별한 때에 국가안보를 해치려 계획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그때를 이용해 홍콩 독립을 촉진하거나 전복을 꾀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려 할 것”이라며 “그런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체포할 것이며 증거가 있다면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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