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옥살이에 6·25 예비검속까지"…75년 만에 벗은 폭도 누명

유족 청구 재심 통해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11명 '무죄'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4·3 당시 폭도나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 희생자 11명이 재심을 통해 오랜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2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11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11명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11명 가운데 10명은 군사재판 수형인 희생자, 1명은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로, 이들은 최근 유족의 재심 청구로 영혼으로나마 이날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특히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인 고(故) 강윤화씨는 제주4·3과 6·25전쟁으로 국가폭력에 의해 두 번이나 희생당한 사례다.

제주시 애월읍 출신인 고인은 군정명령 제19호 위반죄로 1949년 6월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남로당의 폭도행위를 알면서도 1948년 5월 남로당원들에게 곡식과 현금 70엔을 줬다는 이유였다.

복역 후 고향으로 돌아온 고인은 6·26 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예비검속으로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토벌대에 끌려갔고 끝내 행방불명됐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고인의 며느리 이복자씨는 "시백부님은 충격으로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셨고, 제 신랑은 연좌제로 직장도 잘 구하지 못한 채 살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인의 변호인 역시 "피고인은 아무런 법리적 근거가 없는 국가폭력에 의해 두 번이나 희생당했다. 그 한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향해 "현재 유족은 그 한이 조금이나마 풀어지길 바라고 있다. 피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고 강윤화 등 11명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 대로 피고인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긴긴 세월 동안 깊은 고통, 설움 속에 살아가며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피고인들의 유족과 그 아픔을 함께 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 망인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판시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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