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하면 반칙” 홍나현 ‘옥희’…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25]
친근감 드는 무대 위 배우들 연기에 나도 모르게 응원
“소극장 작품에서 이런 퀄리티?” 홀로그램 영상에 감탄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역시 ‘귀신들과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이 다소 긴 제목은 질문이랄 것도 없습니다. 극이 시작되자마자 답이 톡 떨어지니까요. 그렇습니다. 귀신, 귀신들입니다.
2021년 연말에 공연되었던 ‘쿠로이 저택’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숨도 안 쉬고 덥석 티켓을 쥐었습니다. ‘누가 살고 있는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궁금했으니까요. 대학로를 들었다 놨다 했다는 이 작품의 재미에 숟가락 하나 들이밀었습니다.
‘쿠로이 저택’을 보고 난 제 짧은 감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싼티없이, 과하지 않게, 느끼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웃음을 주는 작품.
‘쿠로이 저택’은 대놓고 웃겨보자는 작품은 아닙니다. “여기, 감동 갖고 가세요” 해놓고 관객의 눈치를 살피는 작품도 아닙니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그리고 오래 전에 불에 타 폐가처럼 되어 버린(그래야 귀신이 살지요) 쿠로이 저택. 돈 많은 일본인 귀족의 투자를 받은 여성 사업가 가네코는 이 저택을 개조해 호텔을 지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죽은 형(해영)의 유물인 주머니 시계에 이끌려 쿠로이 저택에 해웅(시계 수리공입니다)이 들어서게 되고,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려 온 지박령 옥희(집 주인이죠)와 네 명의 귀신들은 “드디어 성불할 기회가 왔다”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렇게 ‘쿠로이 저택’은 성불하고 싶어 하는 귀신들과 저택을 허물고 일본인들을 위한 호텔을 지으려는 사람들, 독립운동가들의 비밀작전과 이들을 추적하는 일본경찰이 얽히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 갑니다.
그러고 보면 쿠로이 저택 역시 단순히 ‘불탄 집’이라는 의미에서 ‘쿠로이(까맣다의 일본어 형용사) 저택’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당시 조선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겠네요.
옥희와 함께 살고 있는 네 명의 귀신 역시 전형적인 ‘조선의 귀신’들입니다. 양반이었던 할아버지 선관귀신, 장군귀신, 처녀귀신, 아기귀신. 점을 보러 가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들 중 한 명쯤은 들어보셨을 것도 같군요.
옥희와 네 귀신들의 목적은 성불하는 것입니다. 성불은 원래 불교의 용어로 깨달아 번뇌로부터 벗어나 부처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귀신이 이 땅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으로 쓰였습니다. 귀신들이 한을 풀고 한 명씩 차례로 ‘성불’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멋진 해피엔딩이죠.
앞서 말했듯 배우들이 친근하기 그지없습니다. 배역 하나 하나가 친구, 지인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응원하게 됩니다.
옥희 역은 송나영, 홍나현, 신가은 배우가 맡고 있는데 제가 본 날은 홍나현 ‘옥희’. 2019년 연극 ‘왕복서간: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에서 본 이후 처음이로군요. ‘비틀쥬스(2021)’의 리디아를 보지 못했으니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하는 홍나현’은 첫 대면인데, 과연 한국 뮤지컬계가 찜한 ‘물건’다운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노래도 좋았지만 얼음을 깨듯 명징한 대사, 강약과 템포, 중국 변검 장인 같은 표정의 변화까지. 극을 골대 앞까지 치고 들어가 그물망을 흔들어놓는 손흥민 선수 같은 쾌감을 안겨줍니다. 아홉 살 옥희로 급변하는 장면에서는 ‘하아 …’하고 숨이 나와 버렸습니다.
매력적인 음색, 홍나현 옥희와 호흡이 잘 맞았던 이주순 ‘해웅’.
“엇, 원래 시인이신가?” 싶었는데, 최근 EMK엔터테인먼트에서 냉큼 스카우트했다는 뜨는 별, 박시인 ‘가네코’.
풍금 장면 하나로 이 작품의 온기를 ‘확’ 올려준 유성재 ‘아저씨’.
‘100인 씬’에서 체력 다 써버린 신창주 ‘요시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PS2. 극 초반, 해웅의 형 해영은 친구에게 옥희를 맡기고 떠납니다. 해영과 옥희의 관계가 궁금해 수소문해 보았는데요. 결론은 ‘해영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의 딸’이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주)랑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연재, ♥남편과 파리서 럭셔리한 생일 파티 [DA★]
- ‘심근경색 투병’ 임현식, 한옥 저택→근황 공개 “여인 필요해”(마이웨이)[종합]
- ‘23kg 감량’ 강재준 “아내 이은형과 부부관계 타올라” (신랑수업)
- [단독] 김재환 6월 컴백, ‘봄바람’ 이후 3개월만
- 백종원, 오은영에 솔루션 요청?…“♥소유진과 의견 충돌도”(오은영 리포트)
- 김병만 “정글서 벌고 정글을 샀다”…뉴질랜드 집 공개 (신랑수업)[TV체크]
- 최예빈,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핫’ 보디
- 김준호 “경찰차에 두 번 걸리면 포승줄” 난리 (독박투어2)
- 15기 옥순♥광수 부부 “결혼 전부터 이혼 전문 변호사 유튜브 봐” (김창옥쇼2)
- 김원준 “♥검사 아내 지방근무…독박육아 도맡아” (아빠는 꽃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