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땅 넘겨준 후 날 홀대” 절에 불지른 70대 주지 실형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고등법원 전경./뉴시스

20년 이상 함께 살던 동거녀와 시비가 붙어 절에 불을 저지른 70대 승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어재원)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10일 경북 청도군에서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에 불을 질러 법당과 요사채(승려의 거처) 등 건물 4채를 태우고 2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방화 동기는 20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온 동거녀 B씨와의 불화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2021년 4월 B씨에게 사찰과 토지의 소유권을 양도했는데, 그 뒤부터 B씨가 태도를 바꿔 나를 소홀히 대했다”고 진술했다. 2년간 A씨와 B씨는 자주 다퉜고, 범행 전날인 3월 9일에도 A씨가 반찬 문제로 B씨와 다투며 서로 욕설을 하고 몸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이후 도망친 B씨가 지인을 데려와 다시 몸싸움을 벌이자 격분한 A씨는 다음날 새벽 법당 등에 파라핀 용액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시쯤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재판부는 “A씨 방화로 큰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불이 주변 민가나 산으로 번질 위험도 있었다”면서도 “A씨가 범행을 인정하는 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