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숙련공들 다 떠났다…한산한 나주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

박영래 기자 2023. 5. 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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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잇단 단속…임금 11만원 제한에 유출 심화
"인건비 상승에 기술인력도 부족" 농번기 농가 한숨
30일 점심시간 찾은 전남 나주의 한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지 모습. ⓒ News1 박영래 기자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예년 같으면 일 나가지 않고 쉬는 인력들도 있어 낮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리를 나다니곤 했는데 요새는 인력이 부족해 모두 일하러 나가서 낮에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30일 점심시간 찾은 전남 나주의 한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지. 이곳은 주로 베트남과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원룸촌 마을이다.

나주지역 농공단지 입주업체를 비롯해 영암과 무안, 함평, 나주 등지의 농촌지역에 주요 작업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들로 구성돼 있지만 인력난이 심각한 농촌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인력들이라 그동안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은 피해왔던 지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사실상 종료되고 합법적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이곳도 단속의 칼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3월에는 영암의 알타리무 현장으로 일하러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던 외국인 노동자 20명이 한꺼번에 단속반원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단속은 전남 신안의 어촌현장에서 시작돼 나주와 영암 등 농촌현장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농번기철이면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대 700명 정도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과 400∼500명선에 그치고 있다.

한 마을주민은 "계절근로자들이 들어오면서 올해 초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고 외국인 노동자들 집단 거주지가 썰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주시의회 등이 나서 올해 초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외국인 노동자 임금 상한선 11만원 제한' 캠페인의 악영향도 외국인 노동자 이탈을 부추겼다.

외국인 노동자 일당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취지였지만 농민들 사이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농촌현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경우 임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주는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유출을 불러왔고, 자칫 합법적으로 입국한 계절근로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불법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는 한 인력업체 사장은 "11만원 이상은 주지 말라고 강요하는데 과연 누가 이곳에 머물겠는가"라면서 "인건비를 더 주는 전북 고창이나 충정권 지역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당을 11만원 이상 주면 불법체류 외국인 사용하는걸 신고하겠다'면서 농민들간 갈등도 확산하는 상황이다.

나주배 봉지 씌우기. ⓒ News1

문제는 농촌현장의 필수인력이자 숙련공들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면서 농민들에게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나주배 봉지 씌우기 철이 돌아왔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그나마 대규모 농장의 경우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확보하고 일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인력업체와 연결을 통해 어느 정도 일손 공급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지만 소규모 농가들의 경우는 인력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배농사 농장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도 숙련된 기술자들과 초짜들간 작업속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이런 전문인력들이 많이 떠나면서 돈은 돈대로 들지만 작업속도는 더디다"고 토로했다.

올해 나주지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5명에 불과하고, 공공형 계절근로자도 50명만 배정됐을 뿐이다.

나주배 봉지 씌우는 작업에만 연인원 5만명 이상이 단기간에 필요할 정도지만 불법체류 외국인 인력이 떠나면서 농촌현장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나주배뿐만 아니라 밭작물 재배가 활발한 영암, 무안, 함평 등지의 고구마, 양파, 마늘, 알타리무 농사 역시 인력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규모가 영세한 농공단지 내 제조업체들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추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걱정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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