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형 올가미 목에 두르고 칸 영화제 참석… 미모의 모델, 무슨 사연?
제76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란 출신 모델이 고국의 사형제에 항의하기 위해 교수형 매듭을 상징하는 넥라인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미국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마흘라가 자베리(33)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영화제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올가미 모양의 넥라인이 눈에 띄는 검정 롱 드레스를 입고 계단에 올랐다. 이 드레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넥라인이 교수형에서 사용하는 올가미 형태로 돼 있었다. 드레스 자락에는 ‘STOP EXECUTION’(사형을 중단하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영화제 이후 자베리는 인스타그램에도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며 30초 분량의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올가미 드레스를 입은 자베리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목을 쓰다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쥐다가 끝이 나는 내용이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로 알려졌다.
자베리의 영상과 의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았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은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며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시켰다”고 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자베리의 용기를 칭찬하며 “올해에만 이란에서 2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정치에서 다수가 여성이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국제 영화제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드레스로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자베리를 지지한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반면 “자베리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찍은 매력적인 영상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부끄러운 일이고, 별다른 설명 없이 ‘사형을 멈추라’며 영상을 끝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판도 나왔다.
자신의 드레스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자 자베리는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며 “영화제에선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고 했다.
이란은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국가 중 하나다. 유엔에 따르면 이란에선 올해만 최소 214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대부분 마약 관련 범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엔 볼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는 “이란에서는 주마다 10명 이상이 처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가장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을 허용하는 국제 인권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이란에서 58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에 기록된 333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사형 집행 건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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