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년간 재해 '0'…체질 바꾼 HD현대중공업
작업장 내 안전전담인력 490명…핫라인 운영도
고용장관 "이렇게 하면 사고 예방할 수 있을 것"
[울산=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식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뉴시스는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위험성평가 실시사례를 점검하기 위해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동행해 현장을 살펴봤다.
"작업 전 위험요소를 점검하자"…위험성평가의 습관화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 및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로,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이라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동안 위험을 수치화하고 복잡한 계산식으로 위험도를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사업장에서는 참여가 저조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1일 위험성평가를 개정했다. 체크리스트로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근로자의 상시적인 참여를 늘리는 등 사업장에 재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위험성평가를 습관화 해 일상적으로 위험요소를 체크하고 있다. 이같은 안전 최우선 중심 기조로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재해율이 32%가량 감소했다는 게 HD현대중공업 측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무(無)' 중대재해 1년을 달성했다고 자체 성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내 안전 전담 인력은 490여명으로, 50인 이상 협력사는 진단 안전 관리자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하도급업체 금영산업도 개정된 위험성평가 방법 중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Tool Box Meeting)'을 작업 전 시행하고 있었다. 선박 표면처리작업을 앞둔 금영산업 소속 11명 근로자들은 "표준작업 준수하자"라는 구호로 회의를 시작했다. 안전모, 보호안경, 방진마스크,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 상태를 확인한 뒤 작업할 내용을 공유하고 각자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지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로자들은 "수직사다리 설치가 많은데, 오르고내리면서 미끄러져서 떨어질 확률이 커보이니 조심해야 한다", "떨어짐 사고 위험이 있으니 족장(작업발판)에 올라가면 고박상태와 안전벨트 상태를 확인해 안전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부딪힘을 조심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나누었다.
원청인 HD현대중공업 측은 또 다른 위험요소를 발견할 경우 모바일이나 핫라인을 통해 '안전작업요구권'을 활용해달라는 안내를 했다.
안전작업요구권은 근로자가 위험요인을 발견해 신고하면 사업장 내에 상주하는 긴급복구반이 문제를 해결하는 HD현대중공업 내 제도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작업중지권 행사 숫자는 875건이다.
이날 금영산업의 TBM을 지켜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접 작업하는 분들이 모든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보완하는 식으로 위험성평가를 하고, 여기에 안전작업요구권까지 하는 걸 보니 사고를 많이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통역사 고용해 안전교육도 '함께'
조선업은 구조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고, 올해에는 고용허가제(E-9) 내 조선업 쿼터 신설로 지난해 대비 약 2배인 5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늘어날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근무 중인 외국인은 27개국 2400여명. 사측은 법정 안전교육시간 외에 입국 7개월차에 특별안전교육과 상하반기에 1번씩 재직자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도 3591㎡(약 1088평) 규모의 통합안전교육센터에서 베트남과 태국 출신 7개월차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크레인 관련 안전교육이 한창이었다. 덩치가 큰 선박 작업을 하다보니, 크레인 관련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레버를 조작하는 힘을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교육을 받은 베트남 출신의 동반칸(37)씨는 "안전수칙을 함께 알게 되어 좋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동씨처럼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통역사를 상시 고용하고 있다. 현재 사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통역인원은 22명으로, 그 중 베트남어 전문 통역사는 3명이 근무 중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살려주세요', '불이 났어요' 등 간단한 한국어도 교육해 재해에 즉각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주4회 10시간씩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현장을 둘러본 이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정부도 위험성평가 제도 확산 및 안착과 함께 원하청 상생 지원 확대 등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719만원이던 월급이 66만원"…현대트랜시스 직원들의 고충
- 부부 강제추행 만연…"언제든 만질 수 있다는 건 잘못"
- '태어나보니 지디의 조카'…삼촌의 명품카 선물 플렉스
- 율희 "성매매 혐의 최민환, 3일만 합의이혼 요구" 눈물
- "100마리 넘게 나와"…설사하던 2세아 뱃속서 '이것' 발견돼 충격
- "사람 쳤어 어떡해 엄마"…강남 '8중 추돌' 통화 내용 보니
- 예측 귀재, 5일 0시반에 "해리스 50.015% 승리 확률" [美대선2024]
- 청순한 외모로 참치 해체쇼…대기업 때려친 일본 女 난리
- 이윤진, 이범수와 이혼소송 중 '밤일' 루머…가짜뉴스 칼 뺐다
- 조세호, 결혼식 하객 '재산순' 자리배치? "3일간 800명 하객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