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기술 자립’ 발언 편찬한 책 발행...국민 정신 무장 나서나

오로라 기자 2023. 5.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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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수도 베이징에서 제2회 유라시아 경제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미국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및 과학분야에서 패권다툼을 하고있는 중국이 전면적인 ‘기술 자립’ 선전 작업에 착수했다.

28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주요 발언·발표문을 편찬한 ‘과학 자립자강을 논하다’라는 책을 중국 전역에서 발행했다. 이 책에는 시 주석이 집권을 시작한 2013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10년간 과학과 첨단 기술의 자립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던 ‘중요 문헌’ 50편이 선별되어 수록됐다. 이중에는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되는 글도 여럿 포함됐다.

◇전시 상태 처럼...선전 나선 中

국가 주석의 중요 어록이나 발언문을 편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선전 방식이다. 중국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의 혁명 어록을 비롯해, 당대에 가장 중요한 현안을 주제로 역대 주석의 발언을 편찬해 발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발간된 책은 곳곳에 산재된 공산당 지방 조직을 중심으로 ‘학습열풍’이 불기도 한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을 일종의 ‘전시(戰時) 상태’로 보고 전국민 정신 무장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중국 시장에서 전면 퇴출 시키면서 자국 반도체 부품 업계에도 혼란을 야기한 것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에 당위성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입 역할을 하는 인민일보는 책 발행 소식을 전하며 “과학·기술 자립은 강국의 기초이며, 안보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또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당은 과학기술을 국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보고 있으며, 핵심 기술과 전략적 신흥 산업에서의 기술 돌파로 역사적인 변혁을 이끌 것이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략적 신흥 산업이란 반도체 ·양자컴퓨터·AI 등 최근 미국과 갈등을 빚는 분야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민일보는 또 과학 혁신과 자립을 국가의 ‘전략 목표’, ‘중점(重點) 임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習, “핵심 기술은 생존 문제”

인민일보는 이날 책에 수록된 문헌의 주요 발췌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례로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5월 28일 진행된 중국과학원과의 회의에서 “과학이 제대로 서면 민족이 우뚝 설 것이고, 과학이 강하면 국가가 강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사실이 증명하듯이, 중국의 자주혁신사업은 엄청난 발전의 공간이 있으며, 새로운 과학 혁명과 산업 혁신 변화에서 기회를 잡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또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핵심 기술 자립’에 대한 발언을 묶은 글에서 시 주석은 “핵심 기술은 국가의 중요한 역량이며, 나라 경제의 발전과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데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핵심 기술은 ‘연(緣)’에 기대어선 절대 얻어질 수 없고, 무조건 자력갱생해야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나 한국·일본 등과의 외교 관계를 통해 기술 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과학발전의 주도권을 우리의 손 안에 꼭 쥐고 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특히 2019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미중 디커플링이 본격 시작되며 발언의 수위도 점차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 동안의 발언을 편찬한 글에선 “기술 자립자강은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우위를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키포인트이며, 이 문제를 꼭 생존과 연결지어 고민해야 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열린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선 양자컴퓨팅 기술을 언급하며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자주 혁신의 길을 가야한다”며 “핵심 기술 돌파로 중요한 기술 영역에서 자주와 자립을 실현시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했다.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중 기술 경쟁에 따른 대비책을 조속하게 마련해야하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3월 양회에서 당·정 조직 개편을 통한 중앙 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며 반도체·양자컴퓨터 등 핵심 기술 관련 돌파구 마련을 자신이 직접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중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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