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속도’ 속여 돈 번 이동통신 3사…소비자 피해 보상은요?

김재섭 2023. 5. 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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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김재섭의 뒤집어보기]과징금 336억원 부과됐지만 소비자는 뒷전
“불완전 판매 통신비 가입자한테 환원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이동통신 3사 5세대(5G) 이동통신 광고는 소비자들을 기만한 거짓·과장 광고였다며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거짓’, ‘과장’, ‘기만’, ‘불법’, ‘부당’….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4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속도를 부풀려 광고한 이동통신 3사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하면서 사용한 표현들이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를 한 이동통신 3사에 각각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총 336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에겐 169억2900만원, 케이티(KT)는 139억3100만원, 엘지유플러스(LGU+)는 28억5천만원이 부과됐다. 사업자별 과징금 액수는 관련 매출액 규모에 따라 산정된 것일 뿐, 행위의 경중과는 상관없다.

■ 5G 데이터 실제 속도, 광고 속도의 25~34%

공정위 발표를 보면, 이동통신 3사는 2017∼2018년 누리집·유튜브 등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속도가 초당 200억비트(Gbps)에 이르는 것처럼 광고했다.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속도”, “2GB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하지만 ‘초당 200억비트’ 속도는 기술 표준상의 목표일 뿐, 이동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과 대역 폭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 결과를 보면, 당시 이동통신 3사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평균 데이터 속도는 초당 8억비트에 그쳤다. 광고 기간(2017~2018년)에는 이보다도 낮은 초당 6억5600만∼8억비트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엘티이 속도와 비교하면 3.8∼6.8배 수준에 그쳤다.

이동통신 3사는 2019년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뒤에는,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속도가 초당 최고 21억∼27억비트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조건(예를 들어 1개 기지국에 단말기 한대만 접속 등)을 가정해 산출한 것으로, 일반 이용환경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속도였다. 광고기간 중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실제 평균 데이터 속도는 광고 속도의 25~34%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는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20Gbps),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과 엄격한 전제조건에서 계산되는 최대 지원속도(2.1∼2.7Gbps)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실험 환경의 구체적인 전제조건 등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기재하는 등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정보를 은폐·누락했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거짓·과장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였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의 ‘우리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이 1등’ 광고 역시 객관적인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측정해본 결과를 활용하거나 특정 지역 측정 값을 일반화하고, 유리한 결과만 취사 선택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취했다.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은 자사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와 후발 사업자 엘티이 속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동통신 3사가 부당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부당하게 유인하고,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가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초당 21억~27억비트가 ‘이론상 최고속도’이고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표시했으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이론상 최고 속도에 대해 광고하는 경우, 그 수치가 도출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따로 표시하거나,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대략적인 속도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며 “행정지도에 따르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 공정위 ‘생색’·이통사 ‘반발’…가입자 피해보상은?

이동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2020년 10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 신고로 시작됐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를 제재하면서 “이번 조치는 사업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기술세대 전환 때마다 반복돼온 부당광고 관행을 근절했다는 점,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 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로서 통신서비스의 필수재적 성격과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고려해 표시광고 사건 중 역대 두번째로 큰 과징금을 부과해 엄중히 제재했다는 점, 사업자가 행정지도에 따라 광고를 했더라도 소비자 오인성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법한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3사는 공정위 심결 뒤 “심결 내용을 검토해 대응하겠다. 행정소송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심결 내용을 뒤집어 보면,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이동통신사들의 거짓·과장 광고에 속아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전환해 비싼 요금을 물어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동통신사들은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데이터 속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앞세워 요금을 기존 엘티이 요금제보다 2~3배 비싸게 책정했는데, 공정위 심결대로라면 가입자들을 속인 꼴이 됐다. 그만큼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피해를 본 꼴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고의성이 다분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동통신 3사는 1분기에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했고, 영업이익 총액은 1조2411억원에 달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4조3722억원의 매출을 올려 49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2%, 영업이익은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0.1%에서 11.3%로 증가했다. 케이티는 1분기에 6조4437억원의 매출을 올려 48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은 2.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는데, 지난해 부동산 일회성 이익 반영에 따른 역기저효과 탓이었다. 엘지유플러스의 1분기 매출은 3조4100억원, 영업이익은 2602억원에 달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은 1조5611억원으로 2.7% 늘었다.

이동통신 3사는 한결같이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비중이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이후 실적발표 때마다 이런 표현을 써왔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가 자신이 제공하는 5G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초당 20억비트를 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 속도는 초당 10억비트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과징금으로는 소비자 피해 구제 안돼”…“집단 소송 나서자”

이동통신사들이 공정위 심결에 불복해 소송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친만큼, 공정위 심결이 적정했는지는 이동통신사들의 소송으로 시작될 법적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하게 됐다. 다만 한가지,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속도를 거짓·과장 광고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공정위 심결과 관련해, 꼭 짚어져야 하는데 아직 공론화가 안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꺼내봤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 통신비를 반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과징금 부과로 소비자 피해가 구제되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안이 별도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결같이 이동통신사들이 거짓·과장 광고로 가입자들을 속여 입힌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집단으로 피해보상 요구 소송에 나서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급기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나섰다. 그는 30일 <한국방송>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표시·광고법은 사업자가 부당한 표시·광고를 하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고, 현재 많은 소비자가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공정위 판단과 증거자료가 담긴 의결서를 소송 중인 분들에게 제공해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징금은 국고로 환수된다. 피해자 구제는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비싼 5세대 이동통신 요금을 받으면서 엘티이 통신망을 이용하게 하는 눈속임, 5세대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며 눈속임과 ‘담합’ 행태를 보인 것 등으로 이미 분노 지수가 높아진 상태다. 그동안 이동통신 서비스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려졌다. 황금 빛에 사업자들의 눈이 멀어진 탓일까. 소비자를 소비자로 보지 않는 행태를 반복해 보이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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