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부모’…부모도 돌봄 필요
[KBS 제주] [앵커]
돌봄이 절실한 나이에 돌봄에 지쳐가는 우리 이웃이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이면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 한 부모들인데요.
청소년 한 부모 가정을 조명하는 기획뉴스, 허지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D씨/19살 출산 후 입양/음성변조 :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눈물 날 정도 그땐 엄청 힘들었어요. 그 (아이를) 보내는 공항에서부터."]
["이상하게 (입양 보낸) 그때만 되면 지금도 아파요 몸이. 계속 아프고, 뭔가 무기력해지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몸으로 열 달을 품은 아이.
내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함께 할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D씨/19살 출산 후 입양/음성변조 : "내가 엄마고, 내가 애를 책임져야 하는데 학력도 없고, 직업도 없고. 그럼 너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여성가족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한 부모 4명 중 1명이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학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를 하고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기지만, 벽에 부딪힌 겁니다.
[이연화/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 "(청소년기는 학업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다. 청소년기 성장 단계에서 발달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업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소년 한 부모라면 정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우선 받을 수 있지만, 제약이 많습니다.
사이버 대학 등 온라인 수업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홀로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직접 고용센터 등을 오가며 증빙 서류를 받거나 학원에 다녀야 취업 준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탓에 아예 포기하기 일쑵니다.
조건을 인정받아도 언제 서비스를 이용할지 기약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저소득 청소년 한 부모 등을 위해 운영하는 통합 가정 돌봄 서비스에 주목합니다.
훈련된 간호사가 집을 방문해 아이 돌봄과 청소년 한 부모의 학업과 진로, 심리 상담을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아이를) 잘 먹이면서 잘 키우라는 임무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부모가 그동안 원 가정에서 받지 못했던 돌봄이나 관심, 이런 것들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돌봄이 절실한 나이에 외려 돌봄으로 지쳐가는 청소년 한 부모들, 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라도 해외의 통합 가정 돌봄 서비스는 부러운 사례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 시작, 제주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요?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박미나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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