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핵심은 장사... ‘작은마케팅클리닉’ 이상훈 대표
장사가 핵심이고, 그 장사를 시스템화한 것이 사업
노동자는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임금을 받을 수 없지만, 사업가는 시스템이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이해했다. 하지만, 무한 동력이 아닌 다음에야 스스로 시스템이 알아서 돌아가는 사업은 없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축적된 재산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현대에서는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으로 자본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지급 불능의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신용 불량자가 되거나, 파산을 하거나, 거리로 내몰렸다.
IMF 외환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아버지, 삼촌들이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맞았다. 그래서, 한때는 이런 말이 유행했다. ‘사업하는 남자하고는 결혼하지 마라’,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이 한때 인기 직업군이었다.
하나가 더 있다. ‘보증 서지 마라’. 최악의 남자가 있다. ‘보증 서는, 사업하는 남자’다. 대학 신입생 때 법학개론 수업에서 기억하는 몇 가지 되지 않는 교훈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창업의 길로 뛰어든다. 로또가 아니면 인생역전을 하지 못하는 사회,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요행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잘하지 못하면, 장사나 사업가의 길로 나가기 마련이다. 학교 다닐 때에는 말썽만 피우던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일군 사람들이 있다. 학문의 세계 저편엔 사업의 세계가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사업을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업 멘토 이상훈 대표를 만난 건 그 때문이다.
- 본인 소개를 좀 해주세요.
작은 회사를 위한 마케팅 방법론을 연구하는 ‘작은마케팅클리닉’의 이상훈입니다.
대학에선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사회생활은 광고회사에서 시작했고, 주로 글로벌 IT 기업을 고객으로 마케팅 업무를 약 20년 정도 해왔습니다. 그 사이에 마케팅 회사, 네트웍 장비 회사, 출판사, 의류, 악세서리, 콘텐츠, 카페 등 다양한 회사를 창업 또는 경영했습니다.
약 10년 전, 그동안 경험했던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을 작은 회사들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강의와 코칭을 해왔습니다.
- 10년간 100여 명의 창업자를 멘토링했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창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작은 회사를 위한 마케팅 강의를 하다 보니, 창업하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창업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 CRM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동안 500분의 고객에게 약 5,000회 정도 상담했더군요. 그 중에서 창업 케이스가 절반은 넘는 듯합니다.
처음엔 저도 창업이 뭔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30대 초반에 첫 창업을 했을 때는 ‘회사를 잘 운영해서 월급이나 잘 받아가야지’ 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과 창업의 차이를 제대로 몰랐고, 학교와 직장에서 배운 취업 패러다임으로 사업을 했었습니다.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작마클’ 강의를 시작하면서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대한 정리를 하고, 창업자들의 고민을 듣고 코칭을 하다 보니, 창업자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가 창업이란 게 뭔지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란 걸 알고, 그 차이점을 고민하고 알려주면서 창업에 대한 개념이 저도 정리가 좀 되었습니다.
취업 패러다임에서는 일을 잘 해서 성과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한데, 창업 패러다임에서는 돈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잘 운영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업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 안에서 돌리는 일을 하느냐,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시스템이란 개념을 배운 적이 없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엽적인 기술이나 이슈들만 쫓아다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리더군요. 구슬은 서 말인데 꿰지를 못하는 거지요. 꿰지를 못하니 보배가 되지 못하고, 그냥 구슬만 잔뜩 모아놓은 셈입니다.
취업은 종속된 상태에서 내 시간을 파는 것이고, 창업은 독립된 상태에서 내 시스템을 돌리는 거라고 할 수 있죠.
- 흔히, 장사와 사업을 착각합니다. 그에 대해 좀 구분해 주신다면..
장사는 상품을 주고 돈을 받는 거래를 지칭하는 말인 듯합니다. 주로 상인들이 장사를 한다고 말하죠. 한마디로 거래에 해당합니다.
사업은 시스템이란 관점에서 보는 듯합니다. 돈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돌리게 되면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사업의 핵심이 거래이므로, 장사를 모르면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장사를 시스템화한 것이 사업입니다. 장사를 하찮게 여기고 사업은 대단한 것처럼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장사가 핵심이고, 그 장사를 시스템화한 것이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사업 아이템을 찾을 때, 고객의 문제를 찾아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 문제의 강도, 다시 말하면 고통의 강도가 높을수록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사업도 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관점은 마케팅 모델로 봤을 때는 깔때기 모델의 관점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 모델인 깔때기(퍼널) 모델은 고객을 모아서 상품을 판매하고, 매출을 올리는 선형 모델입니다. 1회성 거래의 관점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골 고객과 평생 거래하면서 Life Time Value 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는 엔진 모델이 주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엔진 모델은 한번 팔고 마는 선형 모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순환형 모델입니다.
한 고객과 평생 거래를 해야 하는데, 매일 만날 때마다 문제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면, 단골 상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이 단골 모델을 만들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입니다. 한번 방문한 환자가 단골이 되려면 병이 나으면 안 되는 거죠.
다시 말하면, 문제가 해결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상품이라고 보면 엔진 모델로 전환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 밸류Value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면, 그건 평생 관계를 계속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그 고객이 원하는 밸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만 있으면 되니까요.
병원의 경우, 문제해결 관점에서는 ‘치료’가 상품이 됩니다. 하지만, 가치제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건강’이 됩니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서는 예방의학이 더 중요한 상품이 되고, 주치의 개념이 점점 발달하게 됩니다. 요즘 앞서가는 병원들이 건강식품을 만들거나, 피부과에서 화장품을 개발하거나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변화를 수용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노비는 일 중심, 주인은 맥락 중심이라는 비유가 흥미롭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취업을 회사 시스템에 종속되어 일을 열심히 하고 급여를 받기 때문에, 좀 과장해서 종속된 상태인 노비에 비유하고, 창업은 회사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주인에 비유합니다.
취업 패러다임은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하나하나의 일에 집중을 하는데, 창업 패러다임은 일도 중요하지만 전체 시스템의 흐름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에 맥락이나 흐름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마케팅 모델을 얘기하면서 퍼널 모델과 엔진 모델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차이는 무엇인가요.
비즈니스 시스템을 크게 3개로 나누는데, 생산 시스템, 고객 시스템, 수익 시스템입니다.
그 중에서 고객 시스템이 마케팅 시스템입니다. 비즈니스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 결정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각각의 서브 시스템도 어떤 모델로 운영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생산 모델, 마케팅 모델, 수익 모델. 이렇게 각각을 잘 조합해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됩니다.
마케팅 모델은 전통적으로 하나의 모델 밖에 없었는데, 깔때기처럼 생겨서 깔때기 모델, 또는 퍼널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광고 등으로 고객을 모으고 잘 응대하여 구매를 하면 매출이 생기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걸 줄여서 ‘광고로 매출 올리기’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영학 이론이나 마케팅 이론은 대부분 이 퍼널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퍼널 모델의 단점은 노출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므로 노출을 할 수 있는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모델입니다.
엔진모델은 그러한 퍼널모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업그레이드된 모델인데,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새로 나온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널모델 뒤에 단골 풀pool이 추가된 모델입니다. 고객을 모아서 판매를 하고,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한 후, 재구매를 하는 단골로 전환시켜서 지속적으로 단골과의 거래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모델입니다.
퍼널 모델은 단발성 모델이고, 엔진 모델은 순환형으로 지속성 모델입니다. 퍼널 모델은 신규고객 중심의 모델이지만, 엔진 모델은 단골고객 중심의 모델입니다. 퍼널 모델은 광고로 매출 올리기, 엔진 모델은 상품으로 단골 만들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널 모델은 한 번의 매출에서 광고비와 운영비, 이익까지 뽑아내야 하니까 수익률이 높아야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엔진 모델은 신규 매출에서 광고비를 충당하고, 반복되는 단골매출에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그 후 초과되는 단골고객의 매출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매출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없는 작은 회사에게 유리한 모델입니다.
3.0마케팅의 주류가 이제는 엔진모델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신기수 (문화기획자, 즐거운예감 대표 / with@artwi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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