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안 해도 상관 없는 전월세 신고제, 통계 잘 쌓일까

최아름 기자 2023. 5.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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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 연장
과태료 부과 2번 연기되며
3년간 과태료 없이 제도 운영
과태료 없어도 충분하다는 정부
투명한 시장 파악 가능할까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거래 신고와 관련한 과태료 부과를 1년 더 미뤘다.[사진=뉴시스]

2021년 6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전월세 거래 통계를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전월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과태료 부과란 장치도 뒀다. 다만, 낯선 제도에 사람들이 혼란을 겪을 것을 우려해 국토부는 1년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과태료 부과는 여전히 '유예 상태'다. 왜일까.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인 '전월세 통계'가 없다. '매매가 통계'와는 다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매매 거래는 신고 대상이고 '전월세 거래'는 신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부동산거래신고법(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보증금 6000만원, 월 임대료 30만원 이상의 전월세 계약에 신고 의무가 생겼다.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면 신고해야 하니, 공식적인 전월세 통계를 위한 자료는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태료 부과 연기 또 연기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속도 조절에 나섰다. 1년간의 계도 기간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2021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가 생겼지만 진짜 이행 시기를 2022년 6월로 연기했던 거다.

그런데 1년 후인 2022년 6월, 국토부는 또다시 과태료 부과 시점을 미뤘다. 계도 기간을 2년으로 늘린 거였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일반적인 임대차 기간은 2년(전세 기준)이다. 계도 기간이 1년이었으니 아직 전월세 신고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임대인과 임차인이 존재할 거다. 그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테니 계도기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 과태료 부과는 다시 밀렸고, 1년이 또 흘렀다. 이제 계도 기간 2년이 끝났으니, 과태료를 부과할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16일에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전월세 신고제 과태료 부과를 1년 더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계도 기간을 3년으로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원 장관은 계도 기간 연장의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세가율, 역전세, 깡통전세가 엉켜있고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차 신고란 단편적 행정에 행정력을 쏟는 것보다 임대차 시장의 틀을 공사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줄기를 잡은 시점에 행정벌을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행정력을 투입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숱하니, 전월세 신고 과태료 부과는 뒤로 미뤄도 될 일이라는 거다. 원 장관은 이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지금도 전월세 신고 건수는 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태료 없이도 전월세 시장을 파악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원 장관의 이 시각은 정확할까. 두가지 통계를 비교해보자. 실제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주거실태조사'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다. '주거실태조사'는 신뢰성을 갖춘 표본 조사(현장)이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는 확정일자를 근거로 한 행정 자료(서류)다. 두 자료의 수치가 일치하거나 최소한 비슷해야 전월세 시장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월세 거래량을 알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다. 지난 4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사진=뉴시스]

하지만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됐던 2021년 기준 '주거실태조사'의 전세ㆍ월세 비중(42.2%ㆍ57.8%)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의 전세ㆍ월세 계약 비중(56.1%ㆍ43.9%)은 서로 엇갈렸다. 2021년 6월부터 도입된 전월세 신고제가 아직은 정확한 통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월세 신고 과태료 부과가 유예된 건 '임대차 시장'의 왜곡 때문이다. 시장 왜곡을 막는 데 필요한 건 정확한 계약 정보다. 국토부는 과태료 없이도 시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말 현실과 통계의 간극은 자율 신고만으로 좁혀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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