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비 오는 날 행복, 새옹지마

입력 2023. 5.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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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경규 제공
“에어컨 틀어드릴까요?”

내가 내민 카드를 받은 직원이 묻는다. “아니요,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전기료가 너무 나올듯해요, 그냥 괜찮아요”라고 하자, 친절한 직원은 더우면 바로 알려달라며 미소를 건넨다.

가방을 들고 올라간 카페 2층,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행복에 관하여 연구하고 강의하는 내 직업상,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들보다 행복 감도를 잘 느끼고 오랫동안 지속시킬 노하우를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주로 사람들에게 강의하고, 삶의 패턴으로 익히도록 한다.

행복감도, 어려운 말일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감각지수라고 설명하고 싶지만, 그 기조에 깔린 원칙 한가지는 바로 ‘새옹지마’이다. 새옹지마라는 말, 변방 늙은이의 말이라고 직역되지만, 나는 세상만사를 이 원리 위에 세워놓으면 집 나간 자존감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알 수 없는 것,

주말 아침, 별생각 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던 나,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 책 속에서 만나는 작가들과의 데이트가 너무 좋아 자주 가는 곳이다. 우산을 챙겨 걸어가는 길, 시작된 장마 탓에 어느새 신발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오는 듯하다.

“이런, 발이 젖었네, 어서 가서 책이나 봐야겠다.”

도착한 도서관, 아, 오늘 대체공휴일이란 사실을 잊었다. 나이가 들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한 나에게 자조 섞인 목소리로 한숨을 더한다. 돌아오는 길, 집 근처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들어간 카페,

나지막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카페, 마치 나만의 도서관인 듯, 테이블 위에 책과 노트북을 펼쳐놓는다. 에스프레소 향기에 취해 눈에 들어오는 작가의 속삭임 그리고 책에서 눈을 떼면 들리는 빗소리,

내리는 빗 사이로 스트레스가 잊혀지는 듯하다. 비록 도서관은 가지 못했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은 기분, 때로는 도서관을 대치할 좋은 장소를 찾았다는 기쁨도 함께한다.

새옹지마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수도 있지만, 그 빗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 세상을 살면서 익숙한 일들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때로는 엄청난 기회로 바뀔 수도 있는 일. 행복의 감도를 높이는 법 한 가지는 힘든 일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좋은 일에는 너무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자세로 하루라는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아직 인사를 건넨 적 없지만, 손님이 없는 카페 주인의 마음이 짐작되어 에어컨 대신, 창문을 조용히 열어본다. 창밖 빗소리에 건네오는 선선한 바람이 참으로 행복한 주말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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