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아프라스’ 로 각국 식품규제 조정… ‘K-푸드 수출’에 날개[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中·호주·싱가포르·베트남 등
국가간 규제체계 맞추고 협력
K-영화·드라마·예능 인기에
한식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각국 유해물질관리 기준 강화
규제통한 비관세 장벽에 직면
K-라면에 대한 유해물질 규제
EU 식품총국과 긴밀하게 협의
7월부터 ‘규제 해제’ 이끌어내
해외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식을 알리는 K-예능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데다, 이미 주류가 된 K-드라마나 K-영화 등에서도 한류 스타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익숙해진 덕이다. 이쯤 되면 K-푸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국내 식품산업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규제 장벽으로 이러한 K-붐 시너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라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초 태국과 대만이 유해물질 검출을 이유로 국내 특정 라면의 유통을 중단하거나 반송 조치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부터 한국산 즉석면류에 대해 유해물질 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벽을 높였다. 문제는 검출됐다는 유해물질은 발암물질이 아니고, 안전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의 검출량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K-푸드를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비관세 장벽’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라면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서도 관련 장벽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식품안전 관리 체계의 우수성을 꾸준히 해당 국가 규제 당국에 설명하고 외교적 노력 등을 병행해 최근 EU의 관리 강화조치를 18개월 만에 해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또 식약처는 식품 분야 국제 규제협력 협의체 신설을 주도해, 최근 초대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이는 대한민국이 식품 분야 국제 규제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으로, 앞으로 비관세 장벽 해소와 국내 식품 수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에 규제장벽 늘어 = 글로벌 경제 위기, 자국 보호주의 등으로 국가 간 기술 장벽은 더 높이 쌓이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에선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포장이나 소비자 표시사항 등에 대한 기술요건을 강화해 다른 나라의 식품 수입·통관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세계화 기조 둔화와 자국 우선주의로 비관세 장벽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기술장벽(TBT)과 동·식물위생검역(SPS)을 합한 규제장벽 통보 건수는 606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3657건) 이후 8년간 지속 상승했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기술 애로요소다. SPS는 동식물 관련 병해충·식품·음료 및 사료의 첨가제 등에서 발생하는 위험에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명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업계에 영향을 끼쳤다. EU의 한국산 즉석면류 시장은 2019년 이후 연평균 39.5%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EU가 한국산 즉석면류에 대해 관리강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당해 연도 수출액은 6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7% 성장에 그쳤다. 한국의 수출 식품 중에서는 라면이 2021년 기준 6억7440만3000달러에 달하고, 식품품목 중 5.9%로 가장 비중이 높은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조화기관, 아프라스 설립 = 글로벌 식품 시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식품 안전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마다 관리 및 규제체계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국가 간 연대와 조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간 규제조화와 협력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지난 10∼11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제1회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APFRAS, Asia-Pacific Food Regulatory Authority Summit 2023)를 열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간 식품 분야 규제조화, 국제 공조체계 구축 등을 논의하는 기구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대표단, 산·학·연 관계자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물론 행사는 한국이 주도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필리핀, 한국, 호주 등의 7개국 식품 규제기관장이 참여하는 기관장 회의에서 한국이 아프라스 초대 의장국으로 선출됐고, 오유경 식약처장이 3년 임기의 의장으로 선임됐다. 오 처장은 “아프라스 의장으로 선출된 만큼 새로운 식품안전 이슈와 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고 회원국의 식품 안전 수준을 높이는데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면 수출 규제 해소 등 성과 = 규제 해소 사례도 나왔다. 식약처는 지난 25일 한국산 라면 등 즉석면류에 대한 EU의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EO) 관리강화 조치가 오는 7월부터 해제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이다. EO는 미국, 캐나다에서 농산물 등의 훈증제, 살균제로 사용되며 국가별로 잔류기준을 관리한다. 문제는 한국산 라면에서 EO가 나오진 않았지만, EO의 반응 산물로 생성될 수 있는 2-클로로에탄올(2-Chloroethanol·2-CE)이 검출됐다면서 EU가 EO 관리강화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2-CE는 EO의 중간체 등으로 생성 또는 환경 등을 통해 비의도적 오염이 가능하다. 이 조치는 라면 등 수출 시 EO의 최대 잔류 수준 규정의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공인시험·검사기관의 시험·검사성적서와 한국 정부의 공식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EU 보건식품안전총국(DG-SANTE)과 영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에는 현장에 대표단을 파견해 국내 라면에 대한 안전관리 정책을 설명하고, 한국산 즉석면류에 대한 강화 조치 해제를 요청했다. 그 결과 EU는 올해 7월부터 수입되는 한국산 라면에 대한 EO 관리강화 조치를 해제한다고 회신했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EO 검사와 제품보관 등에 사용되는 비용절감으로 국내 수출업체의 경제적 부담은 완화되고 추가적인 시험·검사성적서 제출 없이 신속한 통관이 가능해진다. 식약처는 “EU의 관리강화 조치 후 18개월 만에 해제를 통보받은 국가는 약 5.5%에 불과하다”며 “EU에 라면을 수출하는 업체에서는 약 18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간 비관세 장벽 해소 확대… 국내 식품기준을 세계 기준으로
■ 식약처, ‘GPS 전략’ 추진
G - 글로벌 리더 국가 도약
P - 전세계 파트너십 확대
S - 한식 수출지원 서포터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APFRAS)를 통해 K-푸드의 수출 도약을 위한 GPS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GPS는 G(글로벌 리더 국가 도약), P(국제 파트너십 확대), S(수출지원 서포터)를 의미한다. 식품 안전을 위한 국제 협력과 규제조화를 주도하고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논의하면서 우수한 국내 식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아프라스는 급변하는 식품환경·글로벌 이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품 규제기관들이 연대해 대응하고, 식품 분야 글로벌 공통과제 해결과 규제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식품 규제기관장급 협의체다. 식약처는 이번 협의체 구축으로 국가 간 비관세장벽 해소 기회를 확대하고, 우리나라 주도로 식품 분야 규제조화를 추진해 국내 식품 기준이 세계기준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프라스에 한국이 초대 의장국으로 선출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식품안전 분야 위상이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아태 지역의 규제조화, 글로벌 이슈 대응 및 신성장 주도를 목표로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국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아프라스 7개 회원국의 식품 분야 경제규모는 2020년 소매시장 기준으로 3조4001억2000만 달러에 달해 전 세계 시장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며, 2025년에는 4조7341억6000만 달러로 약 37%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22년 7조980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4년이면 9조4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식품안전 선도국으로 우리나라 위상을 확고히 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 시장에 보다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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