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던 아내가 ‘로큰롤 여왕’으로… 행복이 곧 당신이 된다[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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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네로 부고(訃告)가 날아올 때 나는 기억의 창고에서 노래 몇 곡을 추린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여행스케치 '별이 진다네').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내게 묻는다.
거처를 옮겼을 뿐 별은 나를 떠난 게 아니다.
지상에서 별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오히려 은하수는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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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네로 부고(訃告)가 날아올 때 나는 기억의 창고에서 노래 몇 곡을 추린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여행스케치 ‘별이 진다네’).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내게 묻는다. ‘그 사람의 죽음이 도대체 너와 무슨 상관이야’. 굳이 대꾸하지 않아도 되는 건 노래 끝자락에 답이 나와 있어서다. ‘나의 별은 사라져 가고 어둠만이 짙어 가는데’.
거처를 옮겼을 뿐 별은 나를 떠난 게 아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존재감을 발한다. 지상에서 별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오히려 은하수는 풍성해진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정진규 시인 ‘별’).
사자 머리(라이언퀸) 티나 터너(1939∼2023·사진)는 로큰롤의 여왕으로도 불렸으나 삶의 절반은 상처투성이였다. 잠시 무대를 제66회 아카데미상시상식(1994)으로 옮겨보자. 남녀 주연상 후보로 로런스 피시번(아이크 터너 역)과 앤절라 배싯(티나 터너 역)이 각각 올랐는데 이들이 부부로 등장한 영화는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이었다. ‘사랑이 그것과 무슨 상관이야’라는 뜻이다.(그냥 ‘사랑이 뭐길래’라고 번역해도 상관없을 듯) 한국에서 개봉할 땐 제목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바뀌었다. 도대체 둘 사이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티나의 어제는 슬프고 참혹했다. 미국 테네시주 목화농장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스무 살 언저리에 만난 아이크는 밖에선 음악의 동반자(아이크 앤드 티나 터너)였지만 집에선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하는 남편이었다. 영화에선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호텔로 피신해서 ‘지금 내가 가진 건 36센트와 주유 카드’라며 오열하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제목이자 불멸의 히트곡인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은 티나의 어제가 오늘로 바뀌는 분기점에 나온 자성의 언어다. 이처럼 자아를 찾는 독립선언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원곡 조용필)에도 나온다.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12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은 티나 터너는 투병 중이던 81세 생일에 자서전을 냈다. 병든 노인이 대단하다고?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DJ DOC ‘DOC와 춤을’). 책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행복이 당신이 된다’(Happiness Becomes You). 일종의 신앙고백인데 티나의 육성으로 들으니 실감이 난다. 역경이 나쁜 것은 아니며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단 메시지다. 그는 남루한 현실을 숨기거나 지워버리지 않고 직시하며 맞섰다. 어제의 ‘재정적 파탄, 파열된 입술, 검은 눈, 탈구된 관절, 부러진 뼈,
심리적 고문’은 고스란히 그의 자산이 되었다.
한 가수의 죽음은 땅과 건물이 아니라 노래와 이야기로 남는다. 팬들에게 제공하는 무상의 유산이기도 하다. 노래 속에서 그는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의 차이를 묻는다.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누가 필요로 하나’(Who needs a heart when a heart can be broken). 나는 마음의 조문록에 이렇게 적는다. ‘무결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결점 인생은 태어나지 않은 인생이다.’
작가·프로듀서·노래 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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