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 수가 없다… 밤낮없이 ‘거대한 매력’ 발산

김도연 기자 2023. 5.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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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변 대형 야립광고판 ‘눈길’
한국옥외광고센터 관리·운용
전국 주요도로에 152기 설치
가로 18m·세로 8m 대형화면
압도적인 크기로 주목률 93%
일정 규격으로 유일 적법매체
비용대비 광고효율 높아 인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도로변에 설치된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한국옥외광고센터 제공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 양재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35) 씨. 자칫 출발이 늦어지면 올림픽대로 위에서만 2시간을 보내야 한다. 꽉 막힌 도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결혼정보회사 로고가 걸린 대형 광고판이 보인다. 최근 어버이날 어머니께 들은 잔소리를 떠올리며 이제는 가입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 회사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퇴근길은 또 어떤가. 한강대교 부근은 상습 정체로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침 대형 광고판에 걸린 드라마 ‘닥터 차정숙’ 포스터가 눈에 띈다. 옆자리 이 과장님이 ‘재밌다던데 봐 볼까’ 하며 집으로 향한다.

도로변 곳곳에 위치해 운전자들이 좋으나 싫으나 볼 수밖에 없는 이 대형 야립광고를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이라고 부른다. 2009년부터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도로변 옥외광고 사업권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센터는 옥외광고물법 제11조의 4에 근거해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을 활용한 옥외광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광고물은 올림픽대로, 경부고속도로 등 전국 주요 도로를 따라 5월 현재 총 152기(아날로그 149기, 디지털 3기)가 설치돼 관리·운영 중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도로변에 설치된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한국옥외광고센터 제공

◇압도적인 크기…탁월한 광고 효과=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의 가장 큰 특장점은 압도적인 크기에서 오는 탁월한 광고효과다. 가로 18m·세로 8m의 대형 스크린을 상·하행 양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은 이 매체만의 상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변 장애물의 구애를 받지 않는 높이에 대형으로 설치돼 가시성이 뛰어나며, 이는 운전자들의 높은 주목률로 이어지는 건 물론이다.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의 높은 주목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시선 이동을 추적할 수 있는 아이트래커(eye tracker)를 활용해 사람의 홍채가 광고물을 주목한 시간의 합이 0.3초가 넘는지를 측정한 결과, 도로변 야립광고에 대한 전체 주목률은 65.9%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광고의 사후 인지율이 23.5%(201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로 조사된 것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2013년 ‘아이트래커를 활용한 야립광고 수용자 효과측정 연구’ 자료).

최근 연구에서도 도로변 야립광고물 주목률이 93.6%로 높은 결과값을 보였다. 이 조사는 6개의 조사 구간을 설정해 152기의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중 49기에 대한 주목률을 도출한 것으로, 해당 도로를 이용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광고물 인지 여부를 사후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2022년 ‘옥외광고 효과 분석 솔루션 구축 연구’ 자료). 2022년 기준 올림픽대로의 하루 평균 통행 차량이 24만5000대(서울도시고속도로 교통관리센터 자료)임을 고려하면, 이렇게 높은 광고 주목률은 광고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도로 위 유일 적법한 광고매체=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의 또 다른 강점은 동일성과 적법성에 바탕을 둔 공신력 있는 광고매체라는 점이다. 일정한 규격으로 설치된 이 광고물은 도로 위 유일의 적법한 광고매체다. 도로 옆에 해당 지역 라디오 주파수를 홍보하는 다양한 규격의 지주 이용 광고물이 많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2008년 이전까지 ‘공공목적 옥외광고물’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허가 대상에 들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광고업자가 도로변 옥외광고물을 활용한 홍보가 가능했지만, 2008년과 2011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두 차례 거치며 공공목적 옥외광고물도 허가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센터에서는 모든 광고물을 같은 크기(가로 18m·세로 8m)로 적법하게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른 매체 공신력은 다른 광고유형에서 보기 힘든 강점으로, 광고주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다.

한편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기업들의 투자와 홍보가 위축돼 광고시장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외광고 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5차 기금조성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몇 차례 유찰을 겪었던 것. 특히 인천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며 평소 성황리에 판매되던 인천공항고속도로 광고물 판매가 쉽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센터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152기 중 디지털 광고물은 3기로, 각각 서울 노량진과 여의도,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다. 기존에는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가 광고물의 유지·관리부터 영업·판매까지 사업 전반을 맡아 왔으나, 최근에는 인천 경서동에 있는 1기를 시범 선정해 센터에서 직접 관리·운영하고 사업자는 광고 판매만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현호 한국옥외광고센터장은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은 시민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훌륭한 광고매체”라며 “주요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재원 마련과 바람직한 옥외광고 문화 조성이라는 기관 설립 취지를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6차 기금조성사업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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