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겜성월드] `한한령` 고개 넘기도 힘든데… `P2E 정체`에 K-게임 첩첩산중

윤선영 2023. 5. 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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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發 코인' 부정적 이미지 불붙여
국내 규제완화 요원·해외 확장도 제동
위메이드 블록체인 라인업 100종 확보
넷마블·네오위즈 등도 사업 위축 우려
한중관계 악화 '한한령 재개' 움직임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 미정
국내 게임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위메이드 사옥 전경. 위메이드 제공
'블루 아카이브'. 넥슨게임즈 제공
'에픽세븐'. 스마일게이트 제공
'A3: 스틸 얼라이브'. 넷마블 제공
'쿠키런: 킹덤'. 데브시스터즈 제공

국내 게임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P2E 게임(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코인 투자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밖으로는 중국의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조짐이 관측되면서다.

◇세계적 열풍 P2E 게임, 정치 이슈에 국내 허용 꽉 막혀

국회 사무처는 지난 25일 위메이드 직원의 출입기록을 공개했다. 한국게임학회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법 로비 의혹이 확산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위메이드 직원의 출입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위메이드 직원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국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위메이드가 김 의원실에 방문한 기록은 없었다. 위메이드는 국회 사무처의 출입기록 공개 직후 "김 의원을 만난 적 없고 특히 대선 전후에는 국회를 방문하지도 않았다"며 "대부분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설명을 위한 방문이고 국회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가 김 의원실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입법 로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자신의 SNS에 "관련 협단체의 의원실 방문 기록 확인, 다른 의원실 동시 방문 여부, 또한 이 방문 때 누가 동시 방문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며 "전체 기록을 보면 위메이드에서 동일인이 방문했을 것으로 보이기에 국회 CCTV 동시간대를 체크하면 전부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입법 로비 의혹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P2E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규제 완화가 더욱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P2E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의 온보딩 라인업 100종을 확보했고 넷마블도 지난달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한국 등 일부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컴투스그룹 등도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2E 게임의 국내 합법화가 더욱 요원해진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동력마저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게임 업계에서는 꼭 P2E가 아니라도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필연적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 역시 P2E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 혹은 자사 IP(지식재산권)와의 융합에 주목하며 관련 R&D(연구개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와 산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가 P2E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간 무법지대였던 코인 시장에서 비롯한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6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P2E 게임의 본질적인 문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것"이라며 "게임의 세계, 게임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1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의 코인 의혹 때문에 게임 업계가 치명상을 입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죽어야 하지만 한국의 게임 산업은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풀리나 싶었는데…한한령 재개 움직임에 '긴장'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사업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한중 관계도 걱정 거리다. 올 1분기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당국의 판호(허가권) 발급으로 현지 진출을 기대해 왔다.

현재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게임사는 넥슨, 넥슨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등이다. 이들 게임사는 판호를 획득한 게임의 현지 퍼블리셔를 낙점하고 사전예약, 마케팅 등을 진행하며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에 막대한 매출을 가져다주는 시장으로 통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4%로 미국(22%) 다음으로 크다. 중국 게임 시장지표가 갈수록 하락세를 그리고 있음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이 대표적인데 두 회사 모두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시장이 다시 닫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자국에서 네이버의 접속을 막고 한국 연예인 방송 출연을 돌연 취소하는 등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한령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게임사들은 당연하고 이미 판호를 발급은 게임사들 사이에서도 언제 서비스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20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판호를 내줬으나 출시 직전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사례가 있다. 현재까지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일은 미정이다. 국내 게임사들로서는 출시 준비를 목표 일정대로 이어갈 뿐 따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빗장을 다시 굳게 걸어 잠그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앞서 한한령을 경험한 데다 판호를 발급받아 게임을 출시하고도 성과가 미미한 경우가 생기면서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만큼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시장 외에 동남아, 북미·유럽, 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판호 발급은 호재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 게임 시장 진출에 있어 국가 간의 관계, 정책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다 보니 일희일비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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