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논란’은 왜 도덕성 문제가 아닌가

김은지 기자 2023. 5. 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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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코인 의혹’이 뜨겁다. 무엇보다 이해충돌 논란은 간과하기 어렵다. 이해충돌 방지는 최소한의 도덕을 법으로 규제한, 공직자의 자격을 묻는 일이다.
가상자산 보유가 드러난 김남국 의원(사진)은 5월14일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사실이 보도되면서 다양한 쟁점이 쏟아졌다. 현금화한 코인의 규모와 용처, 코인 재산 신고 의무, 업무 중 코인 거래, 코인 투기 여부, 의심스러운 코인 거래 현황 등이다.

현재 불거지는 각종 의혹 대부분은 조사와 수사로 규명이 가능하다. 5월14일 김남국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 자체 조사는 멈췄다. 검찰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남국 의원에 대한 비판은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실제로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5월14일 “소명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자. 사냥하지 말자. 상처 주지 말자. 우리끼리라도!”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 의원 관련 의혹과 탈당에 대한 당내 비판이 쏟아진 쇄신 의원총회가 끝난 후 올린 글이다. 해당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은 도덕주의가 너무 강하다”라는 발언까지 나왔다고 한다.

김남국 의원의 행태가 ‘이해충돌’이라는 지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채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한 바 있다. 2021년 7월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에 김남국 의원은 공동발의자 아홉 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이다. 또한 2021년 12월에는 전용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서명했다. 게임 아이템과 게임 머니를 ‘가상화폐’로 정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드러난 ‘김남국 코인 논란’의 중심에는 이해충돌이 있다. 이해충돌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로 직무 수행이 저해될 수 있는 상황(사익과 공익의 충돌)을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시사IN〉 제765호 ‘이해충돌 논란, 그들에게 공직자의 자격을 묻는다’ 기사 참조).

2021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LH 직원 일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지지부진하던 법안 통과가 이뤄졌다. 지난해 5월19일부터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해충돌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집중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정식 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주로 문제를 삼았다. 이해충돌 논란 끝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다.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행위가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제3항 제1호에서 ‘직무와 관련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 과정은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재산 보호를 위해 입법권을 오남용한 적이 없다”라거나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문제가 되나?”라고 했다.

이해충돌의 쟁점을 피해가는 말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재산이 많다는 사실을 문제 삼거나, 공직자가 아닌 자의 행태를 겨냥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재산상 손해를 봤다거나 이익을 본 게 없다는 식의 해명과, 부를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이해충돌과는 관련이 없는 얘기다.

2021년 2월25일 열린 국회 운영위의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해충돌로 인해 국회의원의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규제의 1차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뢰받는 의정 활동을 위해 국회의원 스스로 이해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5월14일 민주당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왼쪽)가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이미 주식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방지가 제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는 직무 관련 주식을 3000만원어치 이상 가지고 있으면 팔거나 은행·증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에 반발한 공직자들이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소로 관련 사건을 끌고 가기도 했다.

직무 관련 증권은 백지신탁해야

결과는 합헌이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국회의원(고위공직자)의 국가이익 우선 의무, 지위 남용 금지 의무 조항 등에 비춰볼 때 정당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국회의원의 공정한 직무 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는 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법으로 인한 사익의 침해가 그로 인해 확보되는 공익보다 반드시 크다고는 볼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이러한 백지신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됐고, 민주당은 주로 비판자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건설사 대주주인 배우자의 지분을 백지신탁하라’는 결정에 불복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지난해 12월 ‘배우자가 보유한 바이오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정부의 결정에 가처분 및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에서 이긴 유 사무총장은 현재 본안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및 정착에 오랜 기간 힘을 써온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과)는 “코인 또한 주식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코인도 이해충돌방지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윤태범 교수는 김남국 의원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의무와 책임을 묻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해 “도덕주의 정치로는 선택받지 못한다”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와 같은 민주당 내 목소리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셈이다. 이해충돌 방지는 그저 ‘착한 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도덕을 법으로 규제한, 공직자의 자격을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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