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무림그룹 李씨 집안 5형제 이야기

신성우 2023. 5. 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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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무림①
영화업 창업주 장남 대신 차남 이동욱 세습
2020년 3세 이도균 실권자 부상…승계 임박 
3남, 5남 비운의 형제는 한 지붕 생활 청산 

창업주의 ‘경영자 DNA’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후손 모두에게 같은 성공을 보장해 주리라는 법은 없다. 가업을 계승한 2대 경영자는 승승장구하며 어느덧 3세 대(代)물림까지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저마다 ‘마이웨이(My way)’를 외치던 형제들은 기업가로서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은 집안이다.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

무역으로 출발…제지사업 파죽지세 확장

제지·펄프 중견기업 ‘무림(茂林)’은 고(故) 이무일 창업주가 1956년 7월 대구에 설립한 청구제지(옛 무림제지·현 무림에스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앞서 1952년 삼경무역을 차려 종이류 등을 수입해 팔다가 제지업에 뛰어들었다.  

1959년 9월 국내 최초로 백상지(모조지)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기반을 잡았다. 제지사에 걸맞게 ‘무성하고 울창한 숲’이라는 뜻의 ‘무림’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도 1962년 1월이다. 1969년 7월에는 고급 인쇄용지인 아트지 생산 대열에 합류했다. 

성공은 계열 확장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1970~1980년대 파죽지세로 외형을 키웠다.  1975년 12월 볏짚펄프 생산업체 동서펄프(옛 신무림제지·현 무림페이퍼)를 계열 편입해  인쇄용지 업체로 전환했다. 1984년 7월에는 백판지(상품포장지) 업체 삼성제지(옛 세림제지·현 세하㈜)를 사들였다. 

‘한 우물’만 파지는 않았다. 1985년 1월 경기도 용인시 양지리조트(옛 파인리조트·현 미래개발)를 인수, 사업 영토를 레저 분야로 확장했다. 1989년 4월 향년 68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이도균 무림SP, 무림페이퍼, 무림P&P 대표

2대 이동욱, 본업 제지 수직 계열화 주역 

자연스럽게 2세 체제가 출범했다. 창업주는 부인 고 조순임씨 사이에 ‘동(東)’ 돌림 아들 5형제를 뒀다. 무림 경영에 참여했던 차남과 3남, 5남 ‘욱·윤·훈’ 삼형제가 저마다 전공 분야를 가지고 독자 경영의 깃발을 꽂았다.    

영화사업에 꽂혀 있던 장남 이동익(76) 전 피카디리픽쳐스 대표를 대신해 가업은 차남 이동욱(75) 현 회장이 계승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7살 때인 1975년 무림SP에 입사,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 받았던 이다. 1980년 9월 대표로 선임되며 32살에 이미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부친 별세 직후인 1989년 6월 회장 취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부친을 보좌했던 이 회장에게 성공은 익숙했다. 무엇보다 본업을 조림→펄프→제지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춘 주역이다. 2008년 4월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업체 동해펄프(현 무림피앤피)를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무림그룹은 총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총자산(2022년 말) 2조7400억원, 자기자본 897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작년 매출 1조550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891억원을 벌어들였다. 

각각 대구, 진주, 울산에 생산공장을 둔 무림SP, 무림페이퍼, 무림P&P 등 제지·펄프 ‘3인방’은 한솔에 이어 제지업계 2위에 랭크 한다. 에너지(무림파워텍), 여신금융(무림캐피탈), 물류(무림로지텍), 레저(미래개발)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넓힌 상태다. 미국, 영국, 인도네시아에 3개 해외법인도 두고 있다.  

무림그룹 지배구조

3대 이도균, 회장 승계 시간이 해결할 일

무림은 어느덧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뉴페이스’가 경영 실권(實權)을 쥐고 있다. 65세 때인 2013년부터 후계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경영 이양 작업을 벌인 데 기인한다. 자타공인 후계자 이도균(45) 사장이다. 부인 정자경(70)씨와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맏딸 이승은(40)씨는 무림 경영과는 담을 쌓고 있다.   

이 사장은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7년 무림페이퍼에 입사,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29살 때다. 각 계열사의 제지사업본부, 관리본부, 일관화건설본부, 전략기획실 등을 두루 거쳤다. 2010년 상무, 2012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듬해에 이 회장이 일을 벌였다. 12월 제지․펄프 3개사의 대표에서 내려왔다. 다음해 3월에는 이사회 자리도 비웠다. 장남을 3개사의 이사회에 합류시키기 정확히 1년 전이다. 2018년 2월에는 무림파워텍 등 비(非)제지 3곳의 이사회 자리도 물려줬다. 

2020년 3월 마침내 후계자를 주력 3개사의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장남의 나이 42살 때다. 7년간 김석만(75) 대표에 경영을 맡겼던 전문경영인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오너 3세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작년 말에는 미래개발 이사회 자리에도 앉혀, 이 사장을 현재 국내 7개 전(全) 계열사에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마지막 ‘한 수’ 회장직 승계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이 회장이 이 사장에게 전권(全權)을 쥐어준 것은 경영 입문 한참 전인 2002년 23살 때 이미 장남의 지배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현재 이 사장은 무림SP(31.96%․개인지분 12.31% 포함)→무림페이퍼(66.97%)→무림P&P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체제의 정점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무림SP 지분 21.37% 1대주주로 있어서다. 

이 회장이 3대 세습에 한창 공을 들일 무렵 비운(?)의 형제들이 하나 둘 무림을 떠났다. 이동윤(73) 전 세아㈜ 회장, 이동훈(66) 전 파인리조트 회장이다. 창업주 4남 이동근(71) 전 중앙대 소아과 교수를 제외하면 무림 울타리 안에서 경영자의 길을 걷던 이들이다. 

이제, 무림의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준비성과 가성비 모두 쩌는 이 회장의 무림가 3세 지배기반 형성 작업을 들여다볼 차례다. 부록으로 형제들의 흑역사도 들춰봤다. (▶ [거버넌스워치] 무림 ②편으로 계속)

무림그룹 재무실적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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