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면 빨리 팔아줌"…만년 적자 당근마켓의 '실험'
적자도 565억으로 '역대 최고'
'수익모델' 실험 성공할지 주목
당근마켓이 지난해 외형을 키웠지만 적자 규모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페이와 브랜드 프로필 등 새로운 서비스로 수익 확대에 나섰지만 여러 지출 비용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당근마켓은 '판매자 유료 광고' 실험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매출도 적자도 늘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지난해 49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257억원) 대비 9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도 전년 대비 1000만명 이상 늘어난 3200만명에 달했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도 상승세다. 2020년 500만명, 2021년 1420만명, 2022년 3월 이후 1800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적자를 지속 중인 실적이다. 이용자 수가 증가세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6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342억원) 대비 약 60%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540억원으로 48% 확대됐다. 지역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의 적자도 2021년(17억원)보다 5배가량 증가한 8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탄생한 당근마켓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당근마켓 매출의 99%는 광고수익이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은 지난해 말 경영진까지 교체하며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나섰지만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당근마켓의 뚝심
사실 당근마켓은 빠르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개인 간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당근마켓은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유료화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무료 기반의 중고거래에서 나온다. 이를 통해 확보한 트래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런 상황에 유료화는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아질지 몰라도 경쟁 플랫폼에 빈틈을 내주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질타도 견뎌야 한다. 당근마켓도 이점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자체에서 수익성을 내는 전략보다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광고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앞서 추진했던 브랜드 프로필과 당근페이 등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광고만 의존해서는 앞으로 큰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 플랫폼이 늘고 있는 등 한계성이 뚜렷해서다. 당근페이도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적자가 커지는 형태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시 채팅 창 내 송금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젠 달라질 수도?
다만 최근부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당근마켓이 기존과 달리 중고거래에서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제주도에 판매자 유료 광고를 내놨다. 3만원 이상 제품을 팔 때 광고비 3000원을 내면 해당 매물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에게 우선 노출시켜주는 서비스다. 돈을 내면 물건을 빨리 팔 수 있게 한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당근마켓의 '유료화 실험'이라고 해석한다. 해당 서비스의 전국 확대를 염두에 두고 제주도에서 먼저 테스트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의 유료화 승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높다. 다만 당근마켓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단지 제주도에서 돈을 내고도 상품을 빨리 팔려는 수요가 많아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확대 계획도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수익성에 대한 당근마켓에 대한 고민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재는 플랫폼이 적자를 이어가도 고평가를 받던 예전 시절이 아니다. 경기침체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반면 중고 거래업에 대한 경쟁자는 대거 늘었다. 네이버 등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당근마켓의 최대 과제는 이용자 수 확장을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판매자 유료 광고) 서비스 역시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고 싶은 사람만 선택적으로 쓰는 서비스지만 한편에선 유료화로 비칠 수 있어 전국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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