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폭염…건강 지키려면[메디칼럼](28)

2023. 5. 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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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시아쿠알라 해변을 찾은 한 피서객이 2023년 5월 16일 파도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 지역 기상, 기후 및 지구물리학 기관은 엘니뇨로 인한 폭염을 경고하며 야외 활동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 EPA연합뉴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이다.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획량이 줄어들자 어부들은 이를 예수가 주는 휴가라 생각하고 쉬었기 때문에 ‘엘니뇨 현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폭염을 피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위트가 느껴지는 단어인 것 같다. 세계가 주기적으로 폭염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5월 초에는 동남아의 수은주가 40도 이상으로 펄펄 끓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여름을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뜨거운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의식 저하로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탈수로 일사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사병은 두통, 구토, 발한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데, 수분을 보충하면 쉽게 호전된다. 열사병은 신체의 생리적인 체온조절 기능이 망가지는 현상이다. 심부 체온(몸속 장기 온도)이 40도가 넘어가면서 의식변화, 발작, 환각, 혼수 등이 발생한다. 뜨거운 여름, 사막처럼 신기루를 본다면 열사병일 가능성이 크다. 생명이 위태롭다고 볼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땀이 나야 체온이 떨어지는데 땀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열사병의 특징이다. 열사병은 수분을 보충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체온을 떨어뜨려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 보충은 찬물 vs 미지근한 물

수분 섭취는 무더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다. 수분 섭취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중 커피, 설탕이 함유된 음료나 맥주를 마시면 오히려 탈수가 심해질 수 있으니 피하도록 한다. 더위를 식히려고 찬물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 찬물을 마시면 내장기관의 체온이 떨어지면서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화불량, 복통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너무 찬물만 찾지 말고 상온의 물을 마시기를 권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여름 서울 송파구의 한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성동훈 기자



덥다고 너무 많은 물을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혈액 내의 전해질 농도가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탈수가 심해 물을 상당히 많이 보충해야 한다면 전해질 음료 또는 소금기 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무더운 여름철에 밥을 녹차에 말아 보리굴비와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름철엔 칼로리 높은 음식이 좋을까, 균형 잡힌 음식이 좋을까. 당연히 균형 잡힌 음식이다. 여름철 생각나는 음식으로는 치킨과 맥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치킨처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많은 열을 발생시켜 오히려 더위를 더 느끼게 한다. 또 과도한 음주는 혈관 확장으로 탈수 증상을 심화시킨다. 음주로 인해 더위에 노출돼도 더위를 못 느끼는 바람에 열성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 선조는 후세에 발생할 엘니뇨를 예상했던 걸까. 폭염에 좋은 훌륭한 요리법을 후대에 전수해 주었다. 콩국수, 냉면, 삼계탕 그리고 디저트로 팥빙수까지…. 폭염 시 인기 있는 음식의 특징은 수분 및 전해질의 보충,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덧붙여 여름철에는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있으므로 위생적으로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폭염은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에게 혈압, 혈당 조절 및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관리를 열심히 한다. 하지만 폭염 시에는 무더운 시간을 피해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는 될 수 있으면 운동이나 외출을 삼가야 한다. 병원 진료도 폭염 때는 피하고,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의 투약일수를 늘려 넉넉히 받아오는 게 좋다.

여름 단골 감염성 질환은 어떻게

더위를 식히기 위해 너무 찬물을 마시면 내장기관의 체온이 떨어지면서 소화불량과 복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름철이면 단골처럼 찾아오는 감염성·수인성 질환이 있다. 말라리아, 식중독, 장티푸스, 이질, A형 간염, 뇌수막염 등은 응급실 당직 의사를 긴장시키는 질환이다. 냉방시설에서 유래하는 레지오넬라증이 있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질병의 발생 빈도가 줄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 나들이를 갈 때는 해충에 대비해 소매가 긴 옷을 챙겨가야 한다. 해충 퇴치제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깨끗한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하더라도 폭염에는 불과 1~2시간 만에 음식이 부패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을 만들 때는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레지오넬라증은 냉방기를 깨끗하게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냉방기를 사용하기 전에 깨끗이 청소하는 일은 필수 사항이다.

무더위는 1년 중 7~8월 2개월 정도 찾아온다. 유달리 더위가 길게 느껴진다면 간간이 내리던 단비가 점차 사라지고, 창문을 열고 수박을 먹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던 여름밤의 기억이 열대야로 점차 잊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와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도심의 열섬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가뭄으로 땅이 말라가니, 피서를 가도 별로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다. 실내에 쾌적하고 시원한 공기를 내뿜는 냉방기가 그만큼 뜨거운 공기를 실외로 뿜어낸다. 지구의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는 듯하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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