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층간소음

임은수 기자 2023. 5. 3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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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둔산동 A아파트 11층에서 살았을 때이다.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녔고 아래 층엔 남매를 둔 부부가 살았다.

아래층에 살던 엄마는 아이들이 쇼파에서 뛸 때나 쿵쿵 울리는 소음만 들려도 인터폰을 통해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웃집하고 구구단을 주고받을 정도로 아파트 층간소음은 심각하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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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임은수 세종취재본부 부국장

20년 전 둔산동 A아파트 11층에서 살았을 때이다.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녔고 아래 층엔 남매를 둔 부부가 살았다. 엄마는 교사였다. 아래층에 살던 엄마는 아이들이 쇼파에서 뛸 때나 쿵쿵 울리는 소음만 들려도 인터폰을 통해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죄송하다는 말뿐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래층 소음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를 꾸짖는 엄마와 아들의 얘기가 베란다를 타고 넘어오기도 했고 심지어는 밤새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더 문제는 위아래층 사는 이웃임에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마주치면 마치 벌레 보듯이 하고 빈정거림 등 상당히 기분이 나쁜 적이 많았다.

20년 전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며칠 전 지인의 딸이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다. 다행스럽게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었길래…'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싶었다. 공교롭게도 아래 층엔 교사가 살고 있다고 한다. 5개월 전 지인의 딸은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이런 층간 소음으로 인해 관계기관에 민원도 제기해 '생활소음'이라는 판단에도 스트레스는 계속 받았던 모양이다.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 2만 6257건 2020년 4만 2250건, 2021년 4만 6596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민원도 급증했다.

이웃집하고 구구단을 주고받을 정도로 아파트 층간소음은 심각하다는 말도 있다. 반가운 소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층간소음을 줄인 아파트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에 강한 라멘구조와 벽식구조를 결합한 LH형 복합구조를 시범적용하고 콘크리트 바닥 두께를 4㎝ 두껍게 설계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국민 생활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층간 소음을 줄인 고품질주택 아파트가 건립되면 이런 분쟁들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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