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동형춘 지휘자를 추모하며"

이상철 이상철 스펙트럼 대표·예술기획자 2023. 5. 30. 07: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일문화 국제교류 행사를 마치고 음악 친구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축하하기 위해 테이블에 모였다.

나의 친구이자 존경하는 음악인이었던 지휘자 동형춘 교수님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일본 일정을 취소하고 앞당겨 귀국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을 친구라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대전음악인으로서 한 길만 걸어온 나의 친구, 동형춘 지휘자의 정신을 계승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철 이상철 스펙트럼 대표·예술기획자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일문화 국제교류 행사를 마치고 음악 친구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축하하기 위해 테이블에 모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할 즈음, '동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머리는 어지럽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18회 상록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준비를 위해 만나서 의논하고 통화 역시 자주 했었다.

나의 친구이자 존경하는 음악인이었던 지휘자 동형춘 교수님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일본 일정을 취소하고 앞당겨 귀국했다. 늦은 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가족분들은 놀라면서도 나를 환영해주었다. 사모님은 내게 동 교수님의 임종 전, 공연을 준비하며 동 교수님과의 긴 통화에도 응해줬던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잔소리하듯 동 교수님과 통화했던 일들은 그 당시에는 스트레스가 적잖아 있었지만 늘 그래 왔듯 인내하며 요구사항을 들었다.

그는 올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 오디션에서 Semi-Final 3인에 올랐던 그의 딸, 동은혜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했다.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어른들이 그렇듯 강조의 의미로 반복해서 딸의 오디션 에피소드를 말하며 뿌듯해하곤 했다. 이미 프로필 수정을 마쳤음에도 계속해서 동은혜 바이올리니스트의 더 나은 표현과 보다 좋은 글귀를 요구했고, 상록오케스트라 소개글 역시 계속해서 보완을 요청했다. 왜 이렇게 평소와 달리 상록오케스트라 소개와 동은혜 바이올리니스트의 프로필에 대해서 집착하듯 거듭된 수정을 요청을 하는지…. 그 당시에는 귀찮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더 정비하고 싶음과 사랑하는 딸에 대한 표현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통화가 끝날 무렵, 그는 말했다. "우리 가족이라 생각하세요. 이 대표님은 우리와 준(准)가족이나 다름없지…" 나 역시 그는 준(准)가족이라 생각해왔다. 때론 아버지였고 때론 친구였던 그는 내 차에 탈 때면, 잠시 기도하겠다며 5분 넘게 나를 위해 기도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기도 중에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 기도는 언제 끝날까…'라고 생각하며 지루해했다. 하지만 지휘자 동형춘 교수님은 소천하셨고 이제는 내가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 뿐, 다시는 나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음에 슬픔에 잠기며 그를 추모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동형춘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악장을 역임했고, 1991년부터 1998년까지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전임지휘자로 역임했다. 동형춘 지휘자가 이끌던 상록오케스트라는 1975년 초등학생들을 위해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음악모임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50년을 향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며 117회의 정기연주회와 상록뮤직캠프를 93회 개최한 바 있다. 특히 1999년부터는 매년 태국정부 초청으로 Thai Royal Navy Symphony와의 프랜드쉽 연주회를 방콕문예회관 등에서 20여회 개최, 문화교류를 추진하면서 태국 음악교육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동교수님이 대전음악협회 지회장이었던 10여 년 전, 패기 넘치던 나는 명랑하게 동교수님의 손을 잡으며 말했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을 친구라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대전음악인으로서 한 길만 걸어온 나의 친구, 동형춘 지휘자의 정신을 계승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추모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