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인격권 침해로 ‘인권위 조사 받는 인권위원’ 이충상
이, ‘윤석열차’ 조사관에
“친한 사람에게서 자문 받아”
내부망에 조사법 공개 비난
노조 “모욕감” 진정서 제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성 발언을 넣었다 삭제해 논란이 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사진)이 인권위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인권위 직원들이 “이 위원의 발언이 모욕감을 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인권위 공무원노조 진정서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월17일 “이 위원이 인권위 내부망을 통해 특정 조사관에게 모욕감을 주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그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이 위원의 글이 해당 조사관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위원의 인격권 침해 논란은 지난해 10월 인권위에 접수된 이른바 ‘윤석열차 사건’에서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한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이 들어왔다. 담당 조사관 A씨는 ‘해당 사안이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률가에게 자문했고, 지난 1월5일 자문받은 내용을 담은 사건보고서를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위원회 회의 전날인 지난 1월25일 ‘윤석열차 사건’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은 이후 인권위 직원 모두가 접속할 수 있는 내부망을 통해 A조사관의 조사 방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 위원은 지난 2월14일 인권위 내부망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조사관의 조사절차가 어떻게 불공정했는지 나중에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 “사적으로 친한 사람의 의견(법률 조언)을 e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요청했다” “A조사관의 조사 경과와 방법에 큰 잘못이 있고 조사 결과가 많이 미흡하다”고 썼다.
노조는 “이 같은 이 위원의 행동은 조사관에 대한 개인 인격권 침해이자, 조사 업무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진정서에서 “차관급 공무원이자 피해자 담당업무 주무 소위 위원장이 20년간 위원회에서 성실하게 근무해온 피해자(A조사관)에 대한 이러한 부적절한 평가를 공개적으로 게시했다”며 “이로써 다른 조직원들이 피해자의 앞선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하고 향후 인사평가에도 영향을 줄 소지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또 노조는 인권위원이 직접 안건을 조사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인권위원은 심의 과정에서 사무처가 올린 보고서 내용이 미흡할 경우 보완 등 의견을 제시해 수정, 재상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친한 사람의 의견만을 모았다”는 이 위원의 주장과 달리 A조사관은 노조 측에 “자문을 한 사람들과는 전혀 사적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은 “A조사관을 지금 징계하지 않으면 내가 위원장이 돼서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위원은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그 사무관(A조사관)이 ‘윤석열차’ 사건의 조사와 관련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답글로 그의 잘못 일부만 진실대로 쓰고, 나머지는 굳이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을 인격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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