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제사상에 술대신 바나나우유…엄마아빠 없는 아기 공영장례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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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인터뷰 기사는 두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개인적인 경험과 스토리를 담았고, 이번 주중에 나가는 두 번째 인터뷰 기사는 공영장례 관련 구조적 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그는 "1인 가구, 비혼 등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것은 일부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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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거쳐 어렵게 왔는데…한국에 오자마자 암으로 숨진 탈북인"
"후원금 낼 테니 장례 치러달라는 중장년…극단적 선택 암시하기도"
"어린시절 어린이병원 입원했다가 40ㆍ50대에 죽어서 퇴원하기도"
[※편집자 주=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인터뷰 기사는 두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개인적인 경험과 스토리를 담았고, 이번 주중에 나가는 두 번째 인터뷰 기사는 공영장례 관련 구조적 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모든 장례식이 슬프지만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의 장례식이 특히 가슴이 아파요. 아기는 수의 대신에, 자원봉사자가 예쁘게 수놓은 배냇저고리를 입고 하늘나라로 갑니다. 엄마와 아빠의 배웅도 없이, 제사상에 바나나우유 남겨놓고…"
박진옥(51)은 비영리법인 '나눔과나눔'의 상임이사다.
이 단체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공영장례를 무료로 지원한다. 공영장례는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경제 사정 등으로 장례를 위임한 경우에 진행된다.
박진옥은 2011년에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 단체를 만들었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상근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영장례 지원 건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가족 간의 단절이 심해지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공영장례는 1천101명으로 3년 전의 431명에 비해 2.5배로 폭증했다.
그는 "1인 가구, 비혼 등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것은 일부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 고향은 어디인가.
▲ 서울 서대문구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내 이름 '진옥'은 여성 이름이다. 부모님이 막내는 여자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서울에서 성장하고 생활했다. 군 복무할 때만 강원도에 있었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 아버지는 중앙우체국 공무원이었다. 우편물을 가정에 전달하는 집배원이다 보니 발에 굳은살이 생겨서 양면 면도칼로 떼어내곤 하셨다. 매년 12월에는 우편 물량이 많아서 우리 형제들이 우체국에 가서 분류작업을 돕기도 했다. 어머니는 집에서 자수를 놓거나 구슬을 꿰어 납품하는 부업을 하시기도 했다.
-- 중고교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 서울 독립문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학교 위에 청각장애인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에서 학생들과 기독교 모임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도 특수교육과에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1934년생인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군부정권 시절 등을 거치면서 돈과 뒷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것 같다. 자식들이 육군사관학교나 법대에 가는 것이 아버지의 소원이었다. 우리 4형제 중 아버지의 소원을 충족해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 대학 시절에는 어떠했나.
▲ 1991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세계 사회주의 정권들이 무너졌지만, 사회주의 이념이 끝물처럼 학내에 있었기에 1학년과 2학년 때는 그런 공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수화동아리 '손짓 사랑'의 회원이었고 동아리 연합회 간부로도 활동했다.
-- 본인은 학창 시절 어떤 사회를 원했나.
▲ 그 형태가 어떻든, 모든 구성원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이 체제 안에서 민주주의와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 대학교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했나.
▲ 금융권에 입사하고 나서 1년여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무너졌다. 나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랑의 열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거쳐 2013년부터 '나눔과나눔'의 상근자로 일하게 됐다. 국제앰네스티에서 일한 것은 2009년부터인데, 그 활동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삶의 가치관이 인권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복지사와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 '나눔과 나눔'은 무슨 단체인가.
▲ 이 단체는 2011년에 발족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일하고 있었던 나는 지인들에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인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장례를 진행해주면 어떻겠냐면서 당시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2011년 1월 처음으로 김선희 할머니의 장례를 지원하게 됐다. 그렇게 단체는 시작됐다. 내가 상근으로 그 일을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였다. 지금 이 단체는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 승화원에서 열리는 공영 장례식을 지원한다. 고인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고를 알리는 일도 한다.
-- '나눔과나눔'은 무슨 뜻인가.
▲ 삶과 죽음의 나눔일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누고 재물도 나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나누고 또 나눌 게 있으면 더 나눈다는 뜻도 있다.
--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대상자는 대부분 가족이 없나.
▲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대상자는 연고자가 없는 경우,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더라도 그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 또는 기피하는 경우다. 즉 연고자가 있어도 공영장례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 공영장례 사망자의 70%가량은 연고자가 있는 케이스다.
-- 공영장례는 계속 늘어나는가.
▲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2019년 431명, 2020년 665명, 2021년 869명, 2022년 1천101명이었다. 전국에서는 작년 기준 4천400여명에 달한다. 공영장례가 늘어나는 것은 가족 간 단절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장례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그럴 가족이 없어진 것이다.
-- 공영 장례를 치른 사망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지난해 서울시 공영장례 1천101명을 분석해보면, 미혼과 비혼으로 결혼을 안 한 사람이 48%였고, 이혼한 사람은 32%였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망의 무렵에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 공영장례를 치른 사망자의 남녀 비율은 어떻게 되나.
▲ 지난해 서울시 공영장례에서 남자가 82%, 여자가 18%였다. 남성은 직장을 잃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지인이나 가족들 앞에 나타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고립으로 이어진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가장 많다. 외환위기 당시 가족이 해체된 데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공영장례 발생이 많은 지역은.
▲ 서울에서는 영등포구가 제일 많고, 그다음이 동대문구, 용산구, 종로구, 중랑구, 중구, 구로구, 강서구 등이다. 쪽방촌이 있거나 시립, 국립 의료시설이 있는 곳이다.
-- 공영장례는 어떻게 진행되나.
▲ 공영장례는 지자체가 진행하게 돼 있는데, 관련 조례가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시 공영장례는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 승화원에 마련한 빈소 '그리다'에서 진행된다. 빈소가 차려지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제물상에는 과일, 나물, 밥, 국 등이 올라간다. 가족이나 지인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원봉사자와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이 상주를 맡고 조사와 축문을 읽는다. 시신이 화장된 뒤 분골은 추모의 집에 봉안되거나 유택동산에 뿌려진다.
-- 아기 장례는 어른 장례와 다른가.
▲ 전통 장례 방식에 따라 진행되는 장례 절차는 동일하다. 다만, 제물상에 술 대신에 바나나우유, 초콜릿 우유가 올라간다. 관은 사과 상자 정도로 작다. 아기들은 수의를 입지 않는다. 예쁘게 수놓은 배냇저고리를 입고 하늘나라로 간다. 배냇저고리는 부산에 사시는 한 자원봉사자가 한땀 한땀 만들어 보내주신다. 코로나가 극심한 때에는 물류대란으로 배냇저고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기도 했다. 장례 바로 전날 부산의 자원봉사자가 급하게 KTX를 통해 서울로 올려보내고, 우리는 이를 찾으러 달려간 적도 있었다.
-- 아기가 사망하는 원인은.
▲ 다양한 원인으로 아기가 숨진다. 한번은 한 엄마가 한겨울 밤 10시 30분께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 앞 플라스틱 통 위에 아기를 놓고 갔다. 원래는 벽에 있는 베이비박스 손잡이를 당겨서 열고, 그 안에 아기를 넣어야 하는데 엄마는 그걸 몰랐다. 건물 앞 골목길에 높이 1m 정도 되는 플라스틱 통 위에, 보자기에 싸여진 아기를 올려놓고 갔다. 아기는 울다 상자 위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 엄마는 주사랑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이 CCTV를 통해 밖을 주시하다 아이가 놓이면 금방 나와서 데려갈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서 숨진 아이들도 많이 오나.
▲ 아기가 몸이 안 좋은 상태로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뒤 어린이병원으로 옮겨졌다가 결국 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번은 태어난 지 1년 6개월 된 아기가 무뇌 수두증으로 숨졌다. 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척수액이 차 있는 선천적인 병이다. 아기는 공영장례를 통해 추모의 공원에 봉안됐다. 합동위령제를 위해 추모의 집을 개방하는 날이 1년에 한 번 있는데, 아무도 올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병원 간호사들이 와서 애도하고 아기 사진도 놓고 갔다. 아기는 병원에 있을 때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쁨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아기를 위해 예쁜 옷도 사입히고, 머리띠도 선물하면서 따뜻하게 보살폈다. 돌잔치도 했다. 가족이 전혀 없는 아기도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 중장년이 돼서 어린이병원에서 숨지는 사람도 있나.
▲ 행려병자처럼 어린이병원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병이 낫지 않거나 장애가 심할 경우 계속 어린이병원에 입원해서 살게 된다. 병원 밖에 대한 구경을 못 하다 40대, 50대에 이르러 죽고 나서야 병원 밖으로 나온다.
--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장례도 있나.
▲ 40대 후반의 한 엄마가 화재로 숨졌다.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의 아들 2명은 보육원에 있었고, 다섯 살의 막내는 어디에 있었는지 우리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 엄마의 장례를 치를 수 없어서 아들들은 시신 포기각서를 썼다. 공영장례 과정에서 나는 입관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 그분의 그을린 몸과 Y자 모양의 부검 자국을 보면서 숨지는 순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로 남을지, 막내아들은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
-- 부부 장례를 치른 적도 있나.
▲ 치매 부인을 남편이 오랫동안 간호하다 부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일이 있다. 이를 간병 살인이라고 한다. 한번은 구청에서 공영장례를 의뢰하는 공문이 왔는데, 돌아가신 분이 두 명인 데다 주소가 같아서 놀랐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서 노인의 돌봄과 부양은 개인과 가족의 책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회가 함께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절실하다.
-- 외국인노동자 공영장례를 진행한 적이 있나.
▲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한 동포 외국인은 한국에서 일하다가 말기 암에 걸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담당 의사에게 질문한 내용은 이런 몸으로 8시간 정도 걸리는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의사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가지 않고, 여관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짐만 될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 탈북인 공영장례 사례도 종종 있나.
▲ 어떤 분은 북한에서 탈출해 태국을 거쳐 힘들게 남한에 왔는데, 곧바로 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온 지인들은 유골을 어느 정도 보관하느냐고 나한테 물었다. 추모의 집에 10년(지금은 5년) 봉안한다고 했더니 지인들은 10년 안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북한에 있는 자녀들이 아버지를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공영장례로 하늘나라에 가는 사례가 있나.
▲ 1958년생 아버지와 1991년생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적이 있다. 이분들이 사망 4개월 전에 써놓은 수첩을 보게 됐는데, 분식집 운영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삶의 희망을 가졌던 이분들이 갑자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공영장례로 진행되기도 하나.
▲ 한 여성분은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뒤 교수로 일을 하셨다. 그분은 결혼하지 않았다. 공영 장례식에는 후배 교사 등이 적지 않게 와서 고인을 애도했다. 그분은 생전에 활동을 많이 했고, 인덕도 좋았다고 한다.
-- 공영장례를 미리 상담하는 사람들이 있나.
▲ 혼자 사는 노인들이 종종 전화한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안 좋아서 거동이 불편해진 경우,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경우에 본인의 장례식이 걱정돼 상담을 요청한다.
-- 노인이 아닌 중장년층이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나.
▲ 이혼하고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이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있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한다. 죽기 전에 '나눔과나눔'에 후원하면 본인이 죽은 다음에 공영장례를 진행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 '나눔과나눔'은 서울지역만 지원하나.
▲ 우리 단체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다른 지역까지는 지원할 여력이 안 된다.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센터'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해서 실질적인 장례지원은 서울만 가능하다. 다만,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장례상담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 상담에는 서울시 예산이 어느 정도 들어가나.
▲ 서울시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의회에 조례 개정을 통한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울시 담당 부서와 의회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 '나눔과나눔'에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나.
▲ 시민들이 후원해주고 있다. 정부나 서울시로부터 받는 돈은 없다. 내가 활동비를 지급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그전에는 강연과 강의 등으로 개인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활동비는 최저 시급 정도로 계산한다.
-- 본인 별명은.
▲ '바람 모퉁이'다. 바람도 쉬어가라는 뜻이다. 내가 일중독이다 보니, 자신에게 쉬엄쉬엄 일하라는 의미도 있다. 서해안 변산반도에 이런 이름을 가진 지역이 있다.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은 이런 닉네임으로 상대방을 부른다. 나를 상임이사라고 하지 않고 '모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수직이 아닌 수평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 좌우명이 있는가.
▲ 나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내가 간절히 소망했던 것이 이뤄지지 않아 절망스러울 수 있으나 이것이 결과적으로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여러 분야의 활동가들을 존경한다. 예를 들어 쪽방촌 사람들을 돕는 간사님, 노숙인 분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런 활동을 10년 이상 꾸준히 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 본인 삶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변화하도록 돕고자 한다.
(취재지원 이건희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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