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수출둔화, 반도체 탓만은 아니다

이준기 2023. 5. 3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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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올해 수출이 좋지 않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2334억달러(약 31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세이다. 무역수지는 작년 적자의 61% 수준인 295억달러(약 39조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수출둔화는 반도체에서 직접 기인한다. 올 4월까지 대만(-17.7%), 한국(-13.1%), 베트남(-13.0%), 일본(-7.9%)은 수출 급감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1~3월 6.6%, 이탈리아·프랑스·독일은 1~2월 3.7%~7.0%의 수출증가세였다. 미국·유럽은 에너지·의약품·자동차가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그렇다고 수출부진을 반도체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난 5년간 반도체 외 수출산업기반이 급격히 약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 착시로 잘 보이지 않았으나 취약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올 4월까지 40.3% 수출이 감소한 반도체는 우리 총수출 중 비중이 13.4%로 하락했다. 코로나 19 등의 영향으로 2017~2021년 동안 20% 수준을 보인 이 비중은 2016년까진 13%를 넘지 못했었다.

지난 5년간 반도체 외 수출산업은 해외투자에 치중했다. 규제 폭증 등 환경악화로 국내 설비투자는 줄이면서 해외투자는 늘렸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외 설비투자는 2017년 68조3000억원에서 2020년 46조3000억원까지 급감했고 2021년에는 60조5000억원으로 회복됐으나 2017년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27% 증가한 76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 제조업 해외투자는 2004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의 국내투자보다 약 2배 많았으나 이 격차는 2018년 2.3배, 2020년 5.9배로 확대되더니 2021년엔 6.2배가 되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4분기 외국인 투자유입 확대로 이 격차는 3.6배로 둔화했다.

수출경쟁력 결정 변수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먼저 실근로시간의 급격한 감소다. 우리의 주당 실근로시간은 2017년 42.5시간에서 2022년 37.9시간으로 불과 5년 만에 4.6시간 줄면서 10.8% 감소했다. 이 기간 근로시간은 미국 0.5%, 독일은 3.7%, 멕시코는 0.7%, 대만은 1.7% 감소했다. OECD 회원국은 1997년 39.4시간에서 2021년엔 36.8시간으로 2.6시간 감소하는 데 24년이 걸린 반면, 우리는 2015년 44.2시간에서 2022년 38.7시간으로 불과 7년 만에 5.5시간 감소하였다. 임금도 상승세다. 2021년 한국의 실질최저시급은 8.76달러로 2017년 6.82달러 대비 28.4% 증가하면서 주요경쟁국에서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미국은 최저시급이 오히려 9.5%, 프랑스는 0.2% 하락했고 일본은 7.1%, 영국 10.7%만 인상됐다.

근로시간 감소와 임금상승 보완을 위해선 노동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나 이도 어렵다. 2021년 노동생산성은 42.9달러로 OECD 국가 평균 53.6달러보다 10달러 낮은 29위로 나타난다. 노동유연성은 2019년 WEF 평가 결과 141개국 중 97위이다.

우리의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 이후 지속 하락해 2022년엔 2.74%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은 11.07%에서 14.43%로 1.67%포인트 상승했고 대만은 0.13%, 베트남은 0.28% 상승했다. 특히 미국에선 베트남에 역전당해 매년 격차가 커지고 있다. 2017년까지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베트남과는 1%포인트 높았으나 이후 격차가 줄어들더니 2020년엔 베트남이 우리를 추월했다. 2022년 우리는 3.6%, 베트남은 3.9%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산업기반 회복과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규제개혁 및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주요 경쟁국 대비 최소한 동등 이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 국내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또 노동생산성 향상 범위 내 임금상승, 노동유연성 제고 등도 뒤따라야 한다. 기업들의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재정 지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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