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들 국민 돈으로 여행 가는 것 금지할 때 됐다
국회 기재위원장과 간사 등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 5명이 지난 4월 ‘재정 준칙’ 제도 시찰을 이유로 스페인·프랑스·독일에 열흘간 출장을 다녀오는 데 세금 9000만원을 썼다. 비즈니스석 항공료 5500만원에다 연회비·선물비 402만원, 일비·식비 366만원 등이 들었지만 외국 인사를 만난 일정은 5건에 불과했다. 말이 출장이지 놀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낸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에선 ‘오히려 한국에서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스페인은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14%여서 한국(50%)이나 EU의 재정 준칙 기준(6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이 면담한 스페인 하원 재정·공공기능위원장은 “우리는 EU 준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돈을 썼다”며 한국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초 재정이 부실한 나라를 배우러 간다고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면담 때는 의원 4명이 불참했고, 프랑스·독일에서는 그 나라 정부 인사는 못 만나고 우리 공관·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식사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재정 건전화 방안을 찾겠다면서 세금을 낭비하고 현지 주재원들만 귀찮게 한 것이다.
그렇게 8박 10일간 출장을 다녀와서도 기재위 회의에서 ‘재정 준칙’ 안건은 맨 끝 순번에 배치하더니 결국 논의조차 않고 끝냈다. 민주당은 재정 준칙에 앞서 ‘운동권 퍼주기법’이라는 지적을 받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혈세로 유럽 여행 갈 때는 의기투합하더니 다녀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싸운다. 애초 재정 준칙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도입하면 좋은지 몰라서 유럽 출장을 간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국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면서 해외 출장도 빠짐없이 나가는 중이다.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3·1절 임시국회를 열더니 의원 30여명이 스페인, 베트남, 일본 등으로 떠났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과거 나라 형편이 어렵던 시절에는 국제적 식견을 넓히고 앞서가는 다른 나라를 배운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지난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5426만원이다. 업무추진비며 차량 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평균 1억153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한국 의원 연봉은 평균 국민소득의 3.36배로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 의원보다 높다. 국가 재정을 생각한다면 의원들 해외여행은 자기 돈으로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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