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5] 마음이 아프면 진짜 배가 아플 수 있다
‘회사에 뛰어난 사람이 많아 경쟁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에서 열등감을 떨쳐버리고 편히 살 방법은 없을까요. 스트레스 심한 날엔 복통까지 찾아와요’ 하는 직장인의 고민을 들었다. 지속되는 열등감 같은 심리 스트레스는 진짜 배를 아프게 할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가 소화기 쪽 신경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이 신경 시스템은 리드미컬하게 장 운동을 조절하는 등 소화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장 연결(Mind-gut connection)이란 용어는 마음과 장이 떨어져 있지만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장시간 마음이란 소프트웨어를 힘들게 하면, 마음이 담긴 하드웨어인 뇌는 콩팥 위에 있는 ‘부신’이란 호르몬 공장에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게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단기적으로는 스트레스 대처에 도움이 되지만 장시간 나오면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 소화 기관을 예로 들면 만성 스트레스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는 장의 미성숙한 신경세포가 힘 있는 정상 세포로 발달하는 것을 막는다. 결과적으로 장 운동을 촉진하고자 보내는 신경세포의 신호가 약해져 장 움직임이 무뎌질 수 있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은 장 신경 시스템을 자극해 면역반응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면역 시스템은 병균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반응은 장에 고통스러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할 때 약물 치료와 더불어 스트레스 관리 기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주장도 있다.
정신과 의사지만 진료 시 마음보다 때론 몸에 더 관심을 둔다. 인생 자체가 스트레스라 열등감, 분노 등 여러 불편한 감정을 피할 길이 없지만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실시간으로 장뿐 아니라 몸의 여러 중요 기관에 내상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히 살아라’ 하는 말은, 좀 거칠게 표현하면 비현실적 헛소리다. ‘피할 수 없으면 스트레스를 즐겨라’도 피곤하다. ‘스트레스로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다’ 하는 정도의 마음 연습이 현실적이다. 앞의 사례에서 열등감이란 용어를 ‘자기 인식과 경쟁 욕구’로 바꾸어 보기를 권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더 발전하고자 바뀌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는 자기 인식과 어느 정도의 경쟁 욕구는 열등이 아닌 우수 기능이다. 나는 이 조직에서 최고이고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기능적으론 열등한 것이다. 경쟁심과 자기 인식이 뭉쳐 작용할 때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내가 부족하다는 감정’을 열등감이란 용어로 격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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