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왼발만 2개… AI로 만든 게임·웹툰 안 사겠다”

이해인 기자 2023. 5.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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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 ‘AI 창작물’ 거센 반발

“인공지능(AI)이 만든 게임 캐릭터에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 “게임에서 AI 이미지를 발견하는 순간 별점 1개를 줄 것” “AI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라”.

지난 27일(현지 시각) 대만 인디게임 제작사 ‘레이아크’가 자사 트위터에 올린 한 성명에 이 같은 댓글이 500여 개 달렸다. 리듬 게임 사이터스, 디모 등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이 게임사는 최근 자사 게임에 AI를 사용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이날 중국어·한국어·영어·일본어로 된 성명을 올리고 “AI 툴을 사용하는 것은 산업의 트렌드가 될 수 있고 레이아크 게임은 개방적인 마음으로 시도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공식적으로 AI 활용을 인정하는 성명에 팬들은 “입장을 철회해 달라.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웹툰이 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돈 내는 콘텐츠인데 대충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업계에선 “AI를 잘만 쓰면 작업 효율도 올라가고 완성도도 높아지는데 이 같은 반발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 나온다.

◇이용자들 “AI 창작물 싫다”, 업계 “안 쓰겠다” 약속까지

지난 23일 네이버 웹툰에 1화가 공개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팬들에게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웹툰이 생성형 AI로 제작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독자들은 화풍이 컷마다 조금씩 변하고,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묘사가 어색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작품 전반에 생성형 AI를 상당 부분 활용했다는 추측을 내놨다. 사람이 아니라 AI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 웹툰을 제작한 블루라인스튜디오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AI로 보정 작업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반발은 오히려 커졌다. 팬들은 “수정 대충했다는 뜻이냐” “딸깍이(창작이 아니라 AI를 사용했다는 비하)는 작가가 아니다” “이 웹툰이 연재된다면 바로 양산형 AI 웹툰들이 판을 치게 되고 K웹툰 질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텐센트가 배급한 퍼즐 게임 ‘백야극광’도 AI 논란으로 팬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제작사가 “AI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원화가가 백야극광의 미소녀 캐릭터 일러스트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렸는데 오른발이 없고 왼발만 2개인 등 어색한 모습이 나온 것이다. 중국에 앞서 출시된 국내에서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껏 돈 주고 산 캐릭터가 AI가 만든 거라면 앞으로 안 하겠다”는 반발이 나왔다.

◇업계 “AI 쓸 수밖에 없는데 난감”

팬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건 퀄리티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인 만큼 어색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용료는 그대로인데 AI를 활용한 작품에 돈을 똑같이 내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많다. 게임을 즐기는 한 직장인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게임과 웹툰을 이용하는데 업체들이 손쉽게 만들겠다는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장에서 찍어낸 작품이 아니라 작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이용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냐”고 말했다.

국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운영에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AI를 쓰고 있다고 말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손가락이 6개로 구현되는 등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는 만큼 기술이 어느 정도 올라오기 전까지는 콘텐츠 제작에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는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게임업계 특성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건 피해 갈 수 없는 흐름”이라며 “결국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AI 창작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AI가 어떤 작업에 참여했는지 표기하는 식이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AI 활용 관련 정책을 내부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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