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인물과 식물] 모차르트와 식물

기자 2023. 5.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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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경쾌해 봄의 서정에 잘 어울리는 모차르트 음악. 언제부턴가 어린이의 정서 함양과 지적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돌자 부모들 사이에서 큰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일명 ‘모차르트 효과’가 그것이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한때 임신부에게 태교를 위한 모차르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모차르트 효과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의 물리학자 고든 쇼와 인지발달 전문가인 프랜시스 로셔가 처음으로 제기한 이론이다. 그들에 따르면 IQ 검사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은 그룹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모차르트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든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미국 정치인들이 신생아에게 모차르트 CD를 선물하는가 하면, 유치원에서 하루 1시간 동안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기까지 했다.

모차르트 음악의 효과는 인간을 넘어 식물에까지 번졌다. 10여년 전, 영국의 로열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약 3시간 동안 연주했다. 놀랍게도 청중은 제라늄을 비롯한 100여종의 식물이었다. 음악이 식물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하기 위한 이 연주회는 민간 기업이 기획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벤저민 포프는 “가장 특이한 연주회였지만, 가장 향기로운 관객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 요제프 세파크에 의하면, 식물의 세포는 인간의 청각기관보다 더 민감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음악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음악이라도 헤비메탈이나 하드록보다는 부드러운 음악 소리에 더욱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는 포도밭에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놓아 포도의 생장을 촉진하고,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자 세계적인 음향기기 제조사 보스(BOSE)는 이 와인 제조사에 스피커 70여대를 기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식물도 클래식을, 그것도 감미롭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모차르트의 곡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미생물도 모차르트 음악을 사랑한다는 황당한 기사가 영국 가디언지에 실렸다. 하수 종말처리장의 미생물은 음악의 공명으로 인해 분해가 더 빨리 진행되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더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모차르트는 전 인류뿐 아니라 동식물과 미생물의 생장과 정서에 깊은 영향을 끼친 우주적 음악가라 아니할 수 없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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