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전용극장의 미학적 원리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에 신축될 복합문화시설 내 극장들의 용도에 관해 연극계, 무용계, 뮤지컬계가 전용극장 문제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전용극장 논란은 전에도 있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용극장 계획을 발표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전용극장으로, 대학로예술극장을 연극전용극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공연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때 문체부의 계획대로 두 극장이 각각 전용극장으로 지정되었다면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극장의 용도는 서로 뒤바뀌어야 했다. 즉, 아르코예술극장에 연극을, 대학로예술극장에 무용을 지정했어야 맞다. 그 이유는 공연예술의 미학과 극장의 역사 속에 있다.
최초의 공연예술은 원시시대의 종교행사에서 추어진 춤이었을 것이다. 춤은 모든 방향을 향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무용수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볼 수 있었다. 그 후 춤과 음악에 스토리텔링이 추가되면서 연극으로 발전했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제전에 배우들이 추가되면서 연극이 시작됐다. 연극배우들은 입으로 발성하고 가면의 표정으로 연기했다. 얼굴은 앞을 향하므로 객석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부채꼴 객석을 갖춘 반원형 극장이 만들어졌다. 고대 로마인들은 또 하나의 극장형태를 추가했다. 그들은 진지한 비극보다 화려한 액션을 좋아했다. 동물과 인간의 싸움, 검투사들의 결투 공연은 전 로마인을 사로잡았다. 싸움에는 방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객석이 무대를 360도 둘러싼 원형극장을 발명했다. 콜로세움이 그것이다.
중세 천년의 극장 암흑기가 지난 이후 유럽 각지에 극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서 고대 로마의 반원형 극장을 실내에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로 액자틀(프로시니엄)극장이 생겨났고 그것은 오페라의 유행과 함께 퍼져나가 오늘날 전 세계 극장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이 극장은 공연 장르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공연별 전용극장의 특성이 된다. 그 특성에는 수많은 요소가 포함되지만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페라극장에서는 노래와 악기연주음이 전기적 확성 없이도 객석에 전달돼야 한다. 그래서 객석의 벽면과 천장은 음향반사판의 역할을 해야 하고 커다란 오케스트라 피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단기간에 여러 작품을 바꿔가며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형 무대기계가 필요하다. 오페라극장은 일반적으로 발레극장을 겸하며 공공기관에 의해 건축되고 운영된다.
뮤지컬극장은 얼핏 오페라극장과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민간자본에 의해 상업적으로 운영되므로 도심의 한정된 공간에 가급적 많은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는 무대 밑으로 파고들어 지휘자만 무대를 볼 수 있는 정도로 면적이 축소된다. 음성과 악기연주음이 전기적으로 확성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무대의 전 기능을, 장기간 공연할 특정 작품에 맞추게 되므로 회전무대 등 대형 무대기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무용극장은 누워서 구르는 무용수의 전신을 볼 수 있게 디자인돼야 한다. 그러므로 객석의 경사도가 가팔라야 한다. 또한 무대의 전체 면적을 춤에 사용하므로 관객석의 평면형태가 사각형이 돼야 한다. 파리의 국립 샤요극장은 원래 범용극장이었으나 1, 2, 3층 관객석을 연결, 가파른 사각형의 객석을 만들어 무용극장으로 바꿨다. 무용전용극장으로 유명한 런던의 더플레이스극장, 뉴욕의 조이스극장도 가파른 사각형의 객석을 가지고 있다.
다시 2008년의 전용극장 지정계획으로 돌아가 보면 가파른 사각형의 객석을 가진 대학로예술극장은 무용전용극장으로, 완만한 경사에 부채꼴 객석을 가진 아르코예술극장은 연극전용극장으로 지정됐어야 했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극장설계에서 이러한 미학적 원리들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기를 바란다.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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