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기득권 안 내려놓는 의사들
국민 눈높이·시대 변화 애써 외면
세계 의료 기기 시장 존재감 미미
국민·국익 위해 대승적 양보하길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00만원이 넘는다. 의대가 대학 입시 서열 최상위에 올라선 지 오래다. ‘의대 블랙홀’이란 우려가 나올 만큼 최고 인재들을 죄다 빨아들이고 있다. 학원가에 ‘초등학생 의대 준비반’이 성행할 정도다. 그럼에도 소아과 진료는 붕괴 상태다. 대구, 서울에서 청소년·어린이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목숨을 잃었다. 지방 의료원들은 연봉 3억∼4억원을 내걸고도 의사를 못 구해 애를 먹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에 반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를 실시했지만 의료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오진(誤診) 부작용을 앞세운 의사들의 반대는 기우로 드러났다. 다음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하지만 초진과 약 배송이 막히면서 사업을 접는 업체가 나오는 등 의료 플랫폼 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의협이 국민 의료 편의 증진과 의료산업 혁신을 막는 건 소탐대실이다.
의대 정원 증원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의협이 논의 중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의대 정원(3058명)은 18년째 동결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3500명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한 결과다. 의사들이 격무를 호소하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희소성이 줄어 몸값이 떨어지는 걸 우려하는 것 아닌가.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면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도 많다. 국내 최고 수재들을 모아놓고도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 의학 분야 순위’에서 서울대 의대만 37위를 기록하고 다른 대학은 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스스로 쌓아 놓은 철옹성에 안주해 온 탓 아닌가.
이제 의료계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 혁신을 주도할 의사과학자들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규제를 없애야 원격의료업계가 수출 효자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천재 한 명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시대 아닌가. 침체의 늪에 빠진 나라 경제에 의료계가 새 활로를 뚫어주기를 기대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워 강성 노조에 맞서고 혁신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가 유독 의협의 눈치를 보는 건 볼썽사납다. 지역의료 공백 해소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확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의료계의 저항을 넘어서지 못하면 선진국 도약은 요원하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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