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 시 읽는 마음] 애관극장 앞에서
2023. 5.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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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안내자'를 만나 난데없는 시내 투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애관극장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돌아온 뒤에는 주머니에서 반으로 가른 영화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 시에서처럼, 이따금 잘못 온 문자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다.
그러면 잠시나마 ○○가 되어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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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미
메시지가 왔다
‘애관극장 앞에서 만나’
누구지? 누군데 이 새벽에
애관극장이라니
나는 뭐라 답장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까무룩
잠에 드는데
메시지가 왔다
‘꼭’
꼭 그래 그러자 자고 일어나 갈게 만나자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잤다 그리고
(후략)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잤다 그리고
(후략)
그리고… 어떤 ‘안내자’를 만나 난데없는 시내 투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애관극장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돌아온 뒤에는 주머니에서 반으로 가른 영화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상상. 여기 시에서처럼, 이따금 잘못 온 문자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다. “○○씨 핸드폰 아닌가요?” “○○야 보고 싶어.” 내 몫이 아닌 걸 알면서도 조금쯤 기대고 싶은 때가. 그러면 잠시나마 ○○가 되어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될까. 지금껏 가지 못한 곳을 가고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나는 일. 실수인 척 급기야, 오래전 멀어진 사람을 향해 짧은 안부를 전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현듯 날아든 낯선 메시지를 들여다보며 그 또한 한 편의 요란한 꿈을 꾸려나.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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