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하겠다, 배짱 가져라”… 푸틴 또 저격한 러 용병기업 수장, 왜?

문지연 기자 2023. 5. 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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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Wagner)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Wagner)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이 연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을 저격하는 이유를 두고 ‘약속된 보상’을 받지 못해서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8일(현지시각) 최근 프리고진이 푸틴을 비롯한 정부 인사와 군 고위 관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푸틴이 격전지인 바흐무트 점령에 대해 약속했던 보상을 주지 않고 있어 벌어진 공격 행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점령 직전까지 간 바그너 용병들을 푸틴 정부가 고의로 방해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옛 소련이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데, 이 상징적인 날짜에 맞추려 지원을 아꼈고 이를 푸틴이 눈감아줬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따른 주장이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지난 6일 정부가 부족한 탄약을 보충해 주지 않는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탄약을 주지 않는 XXX들, 이 XX들아 네 놈들은 지옥에서 너희의 내장을 먹게 될 것”이라는 악담을 내뱉었고 용병들 시신을 배경으로 선 채 갖은 욕설로 국방부를 비난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지난 6일 정부가 부족한 탄약을 보충해 주지 않는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ISW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도 푸틴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가 바그너 그룹 언급을 금지했다’는 기자 말에 “익명의 한 관리에게 조언을 해주겠다”며 “전쟁을 시작하려면 인격과 의지, 강철 같은 배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ISW는 여기에 언급된 ‘익명의 한 관리’는 푸틴을 가리킨 표현일 것으로 추측하며 “프리고진이 푸틴의 권위와 그의 체제를 다시 한번 간접적으로 깎아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전승절인 지난 9일 “군 최고 간부들이 적을 죽일 포탄을 주지 않고 우리 병사들을 죽인다”며 “행복한 할아버지는 이 상황을 오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전쟁을 이기란 말이냐”며 “그냥 가정(假定)인데 만약 이 할아버지가 완전히 멍청이였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푸틴을 가리킨다.

이외에도 그는 지난 15일 러시아 측 군용기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무더기 추락한 일이 아군의 오인 사격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방부의 전략적 허술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24일에는 “러시아의 손실이 계속 증가하면 이 모든 분열이 1917년처럼 혁명으로 끝날 수 있다”며 푸틴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을 두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가 됐다”며 극찬하는 발언까지 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여겨졌던 프리고진이 연일 돌발 발언을 이어가자, 두 사람 사이에 이상 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프리고진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도 언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이 그동안 잠재적 도전자를 견제하고자 부하들 간 경쟁을 촉진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갈등 양상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푸틴이 20년간 구축해 온 기존 권력 체계를 유지하던 틀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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