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대반격’ 승부수 임박…성공·실패·무승부에 따른 갈림길
F-16 등 서방의 추가지원 논의 탄력
패배 때는 우크라·젤렌스키 ‘치명타’
무승부로 교착시에도 우크라에 불리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이 일주일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가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개전 초기 추풍낙엽처럼 밀리던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15개월이 지나며 서방의 무기 지원으로 전열을 재정비했으나 러시아는 ‘핵 위협’을 가하며 물러서지 않는 기세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초기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 승리를 거둘 경우 서방의 추가 지원에 탄력이 붙어 전세를 크게 뒤집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그 반대로 대반격에 실패할 경우 사실상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모두 잃는 것뿐만 아니라 항구로 통하는 지역마저 모두 차단 당해 내륙국가로 전락하는 등의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따른 승리·패배·무승부 등 3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VOA는 우선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한다면 계속 동쪽으로 진격하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는다"며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지의 친러세력 장악 지역을 수복할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같은 성과가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하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대반격 추세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추가하면 이번 전쟁의 전체적인 주도권을 우크라이나가 잡을 수 있다.
◆대반격 성과는 F-16 지원 ‘마중물’ = VOA는 또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반격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 경우, F-16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장비 지원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서방으로부터 주력 탱크와 장갑차 등을 지원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서방에 미국산 F-16 전투기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애리조나 기지에 데려와 F-16 전투기 운용에 관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난 3월 초 알려진 바 있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훈련을 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현장에서, F-16 등에 관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까지 F-16 지원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타국에 수출된 F-16의 우크라이나 제공 승인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8일 자국 TV방송이 발췌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지원 논의에 관해 "이런 시도는 미국과 영국, EU 등이 러시아의 힘을 약화하려는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확실히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단계적 확전 행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통해 전쟁의 기세를 잡으면 러시아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F-16 지원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VOA는 F-16 지원이 성사될 경우에도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국지적인 핵무기 도발을 감행하거나, ‘더티밤’(dirty bomb·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재래식 폭탄)을 곳곳에 터뜨려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비대칭 전술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반격에서 패배 시엔 치명타 = VOA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실패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전체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VOA는 "대반격이 실패하면 우크라이나는 지원 물자 허비와 함께 사기가 크게 꺾이게 된다"며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 여론도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 반전은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가속화 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군수 원조가 줄어들 수 있고, 점령지 탈환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젤렌스키 정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물리친 기세를 몰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연결한 뒤 우크라이나 서쪽에 이웃한 나라인 몰도바의 친러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VOA는 전망했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이용할 수 있는 연안 지역을 모두 잃고 내륙국가가 된다.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에서도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VOA는 지적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봄, 몰도바 진격 계획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무승부’일 땐 정전협상 압박과 점령지 고착화 =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실행한 이후에도 전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이 지금처럼 공습과 국지 전투를 이어가며 대치할 경우다. 그러면 이번 전쟁은 교착상태에 진입하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 정전 또는 휴전 협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VOA는 전망했다.
이미 중국 정부가 전쟁 중인 양국을 중재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재를 위한 특사를 맡은 리후이(李輝)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독일, 프랑스, 그리고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등을 방문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더 확산하기 전에 신속히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현재 상황에서 신속히 전쟁을 마무리할 경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가 러시아의 영향 아래 남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철군 없는 어떤 해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럽 각국도 리 대표에게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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