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잘나가는 ‘엘·롯’ 색다른 ‘포수 전쟁’
지난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포수 시장’은 굉장히 뜨거웠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주요 포수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수요도 적잖아 여러 포수가 새 유니폼을 입고 새 시즌을 맞았다.
한편으론 ‘안목’의 싸움이었다. 구단으로선 원한다면 주전 포수를 바꿀 기회이기도 했다. LG와 롯데도 주전 포수를 과감히 교체했다. LG는 KIA에서 FA로 풀린 박동원(33)을 영입했고, 롯데는 LG의 붙박이 주전 유강남(31)의 손을 잡았다.
제시조건과 요구조건의 차이 등 협상 관련 이슈가 존재했지만 실제론 구단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다. LG는 포수로서 가치뿐 아니라 홈런 생산력이 좋아 타자로 경쟁력이 있는 박동원에 큰 관심을 가졌다. 또 롯데는 마운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포수의 1순위 요건인 ‘캐칭 능력’이 가장 좋은 유강남에 접근했다. 유강남의 롯데행이 확정되자 당시 투수들이 훈련 강도를 높이던 롯데 마무리캠프에 생기가 돌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올해 LG와 롯데의 만남은 팀을 옮긴 두 포수의 대결이기도 하다. 두 팀은 지난 4월 사직에서 이미 시즌 첫 3연전을 가졌다. 당시에는 롯데가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남겼다. LG와 롯데가 30일부터 잠실에서 다시 3연전을 벌인다.
구단 바람대로 ‘홈런 사냥꾼’
시즌 13호 아치로 단독선두에
롯데와 첫 맞대결서도 화력 과시
일단 두 포수는 애초 구단의 영입 방향에 비교적 충실히 움직이고 있다. 박동원은 LG 유니폼을 입은 뒤 홈런 사냥꾼 ‘포수(砲手)’가 돼 있다. 시즌 13홈런으로 부문 단독 선두를 내달린다. 박동원은 OPS(출루율+장타율) 0.958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박동원은 지난 4월 롯데와 첫 3연전에서도 9타수 4안타에 2홈런 2타점으로 돋보이는 타력을 보였다. 이번 3연전에서도 유강남이 안방을 지키는 롯데 배터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탁월한 ‘캐칭능력’ 주목해 영입
투수들 가장 맘 놓고 던지는 타깃
팀 평균자책 2위 이끌며 기대 부응
유강남은 올 시즌 타율 0.231, OPS 0.639로 공격지표는 썩 좋지 않다. 그러나 유강남은 10개 구단 포수 가운데 투수들이 가장 마음을 놓고 공을 던질 수 있는 ‘타깃’이다. 공 잡는 포수(捕手)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선수로, 특히 보더라인을 오가는 공을 굉장히 안정적으로 잡는 장점이 있다. 유강남과 롯데 투수들이 호흡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롯데 투수 관련 지표가 점차 견고해지는 것도 참고할 대목. 롯데는 5월 들어 20경기에서 팀 평균자책 3.28로 1위 LG(3.13)와 한 뼘 거리의 2위에 올라 있다.
롯데가 시즌 전체로는 팀 평균자책이 4.04로 7위지만 수비무관자책(FIP)은 3.73으로 2위인 것도 들여다볼 지표다. 배터리는 그만큼 견고했다.
1위 LG와 3위 롯데의 간격은 2게임 차. 주중 잠실 시리즈 결과에 따라 2위 SSG도 가세해 있는 선두 싸움의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일단 박동원의 방망이 펀치력과 유강남의 미트 움직임이 두 팀 대결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떠오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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