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에 간다"…발묶인 괌 관광객들 일주일만 귀국길 엑소더스(종합)
아직 항공편 배정 못 받은 관광객들, 불안감 속 항공편 확정 대기
탑승 예정자 일부, 다른 항공편 배치되면서 혼란도…지연으로 잘못 안내 '혼선'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이승연 기자 = '슈퍼태풍' 마와르로 태평양 휴양지 괌에서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귀국이 시작됐다. 지난 22일 저녁 괌 국제공항이 폐쇄된 지 1주일 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체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남아있고, 일부 승객은 갑작스레 비행기편이 변경되는 등 혼란은 계속됐다.
29일(현지시간) 괌 국제공항 운항이 재개되면서 이날 오후 5시10분께 괌에서 출발했던 진에어 LJ942편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8시 48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괌 국제공항 운항 재개 후 처음 한국으로 떠난 이 비행기에는 188명이 탑승했다.
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여객기도 괌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며 또 다른 제주항공 여객기와 대한항공 여객기도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과 내일 오전까지 2천명 이상의 관광객이 괌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에 맞춰 괌 정부 관광청은 귀국 승객들을 대상으로 주요 호텔에서 공항까지 무료 버스를 운행했으며 우리 교민들도 차량을 제공해 관광객들이 제때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외교부 직원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도 이날 괌 현지에 도착해 생수를 나눠주고 응급환자 대응을 하는 등 출국 수속을 지원했다.
현지 관광객에 따르면 이날 괌 국제공항은 며칠 만에 열렸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혼잡하지 않았다.
일단 괌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출국하는 비행기도 이날 오후 5시부터 30일 새벽까지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편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약 12시간 사이에 한국행 비행기만 10편 편성됐지만 다른 곳으로 가는 비행기들은 거의 없다 보니 평소보다 오히려 한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괌 국제공항에 따르면 이날 괌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는 모두 한국행이다.
당초 25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7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다는 이 모 씨는 "너무 고생했지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돌아가면 일단 깨끗이 씻고 에어컨 틀고 푹 쉬고 싶다"라고 말했다.
30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간다는 장 모 씨도 "다시는 괌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 좋은 추억도 있다"라며 "특히 교민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에도 "컵라면, 생수, 휴지 남았는데 필요하신 분 있으신가요", "다시 안 올 거라 생각했지만, 한식당 사장님들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와야겠네요" 등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괌 현지 교민들은 지난 며칠 동안 발이 묶인 관광객들을 위해 임시 대피소와 무료 급식소, 차량 지원 등을 제공하며 도왔다.
이처럼 속속 귀국 비행기를 대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귀국 항공편을 배정받지 못 해 불안한 이들도 있다.
이틀 동안 2천500명이 괌을 빠져나갈 예정이지만 괌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은 3천40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 귀국편을 배정받지 못 한 관광객들은 예약해 놓았던 항공사별로 공개 채팅방을 열고 "31일 귀국 비행기 확정 문자 받으신 분 있으신가요", "OO항공 고객센터 통화하신 분 내용 좀 공유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귀국편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당초 귀국편이 결정됐다 뒤로 밀리면서 혼란을 겪는 일도 나왔다.
제주항공은 당초 30일 오전 3시에 출발하는 7C3105편 탑승자를 편성하면서 정원보다 많은 사람을 배정했다. 비행기가 결항할 경우 예약일 순서대로 탑승해야 하는데 선순위 승객 중 일부가 연락이 닿지 않자 항공사 측에서 뒷순위 승객에게도 연락해 정원을 채운 것이다. 하지만 선순위 승객들이 뒤늦게 연락이 닿으면서 뒷순위 승객은 30일 오후 5시 10분 7C3101편에 배치됐다.
문제는 이를 처음 알리는 과정에서 7C3105편 항공기 자체가 지연되는 것으로 안내해 이 비행기를 타려던 승객들이 지연 여부를 확인하는 소동을 겪었다. 또 후속 비행기로 재배치 된 승객도 너무 늦게 안내 문자가 전달되면서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바꾸는 등 혼란을 겪었다.
귀국편이 뒤로 밀린 한 승객은 "새벽 비행기를 타려고 호텔 체크아웃을 했는데 내일 오후 비행기를 타라고 하니 황당하다"라며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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