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경제위기 스페인서도 ‘금과옥조’는 아니었다
스페인 “EU의 기준 전부 유예한 결과 경제 빠르게 회복 중”
야당 “위기 땐 준칙이 오히려 발목”…사회적 합의 병행 공감
“경제위기 때 스페인은 재정준칙을 어떤 방식으로 변경해 운영했나?”(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스페인은 유럽연합(EU)이 정한 (재정)준칙을 다 유예했다. 지금은 준칙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스페인 하원 재정·공공기능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20일 스페인 하원에서 스페인 의원들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스페인 측은 “이번 (경제)위기는 (재정준칙) 유예정책을 통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했다.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나라들에서 오히려 경제위기 상황에선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온 것이다.
29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기재위원장과 송언석·류성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신동근 의원 등 5명은 지난 26일 출장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의원단은 재정준칙 적용국들의 사례를 연구하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유럽 3개국(스페인, 프랑스, 독일)을 방문했다.
재정준칙은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규범으로, 정부와 여당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의원단이 방문지로 택한 유럽은 1996년 EU 차원의 협약을 통해 회원국들에 ‘국가채무비율 GDP의 60% 수준 이하 유지, 재정적자 GDP의 3% 이하로 관리’의 재정준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의원단이 가장 먼저 방문한 스페인은 재정준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여당 간사인 류 의원이 엘로이 수아레스 라마타 스페인 하원 재정·공공기능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스페인의 재정준칙 운영 방식을 묻자 스페인 측은 “EU가 정한 준칙을 다 유예한 상태”라며 “EU 멤버(27개국) 중 14개 국가는 채무, 수지 준칙을 지키고 있고 나머지 국가는 지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신 의원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대전환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재정준칙이 오히려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스페인 측은 “2008년(금융위기 당시)은 엄격하게 준칙을 지킴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번 위기는 (재정준칙) 유예정책의 결과 경제가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스페인 측은 “스페인의 GDP 대비 채무비율이 114% 수준이라 재정준칙이 유예된 것은 일시적인 상황”이라며 “EU 및 스페인은 (재정준칙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안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은 의원단과 만나 “재정준칙의 존재 목적은 평상시 재정을 잘 운용함으로써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금융기관인 ‘크레디 아그리콜 CIB’의 그자비에 무스카 최고경영자(CEO)는 의원단과 면담하며 “동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준칙 도입 시 위기가 왔을 때 가장 먼저 준칙이 무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재위는 결과보고서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할 경우 재정상황 및 국제 신용도에 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만 경제위기 상황의 경우에는 준칙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이 위기 회복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체적인 재정건전성 유지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병행될 때 재정건전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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