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시운전 성공…신약 개발 등 전천후 활용
새 희귀 동위원소 발견 가능
‘라온’ 내년 하반기 본격 운영
신약과 고성능 배터리·반도체를 개발하고, 우주의 비밀을 규명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첨단 연구시설인 ‘중이온 가속기’가 시운전에 성공했다. 예산 1조5000여억원을 투입해 만든 중이온 가속기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향후 한국 기초과학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인 ‘라온’ 시운전에서 저에너지 가속 구간 전체에 걸친 빔 인출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중이온 가속기는 가벼운 이온을 우라늄 같은 무거운 표적에, 무거운 이온을 탄소 같은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장치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
희귀 동위원소는 우주에 있지만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 새로운 품종의 작물과 전에 없던 항암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게 한다. 에너지 손실이 없는 전기 저장기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도 쓸 수 있다. 한마디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라온은 총 1조5000여억원이 투입돼 국내 독자기술로 만들어졌다. 2010년 설계가 시작됐으며 2021년 5월 완공됐다. 라온은 지난해 하반기에 가속기 전반부에서 빔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3월부터는 후반부까지 포함한 시운전을 실시해 지난 23일 오전 11시33분쯤 가속기 전 구간에서 빔 인출에 성공했다. 라온은 초전도 가속관 124기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에 가속관 전체를 성공적으로 시운전했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의를 소집해 시운전 결과를 살폈으며, 여기서 기술적인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26일 ‘중이온 가속기 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라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저에너지 구간 시운전 성공으로 라온은 사업 착수 13년 만에 1단계를 통과하게 됐다. 당초 완공 목표 시점은 2017년이었으나 기술 부족과 사업 운영 미숙 등으로 네 차례나 계획이 변경됐다.
결국 2021년 어느 정도 완성된 ‘저에너지 구간’과 기술 확보가 더 필요한 ‘고에너지 구간’으로 나눠 2단계에 걸쳐 추진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고에너지 구간 빔 인출은 2027년을 목표로 잡았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국제 공동 연구가 이곳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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