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세대’ 과격한 환경시위…범죄행위인가, 시민불복종인가

박은하 기자 2023. 5. 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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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후활동가 급습·기소에 정치권·시민단체 논쟁
“다른 시민 고통 야기” “실정법보다 공익성 봐야” 맞서
‘접착제 시위’ 손바닥 흔적 기후단체 ‘마지막 세대’의 기후운동가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며 자신의 손을 강력접착제로 도로에 붙이는 ‘접착제 시위’를 벌인 후 기후운동가의 손바닥 흔적이 도로에 남아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에 적극적인 기후대책을 요구하며 과격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펼쳐왔던 기후활동단체 ‘마지막 세대’는 과연 범죄조직인가.

독일 경찰과 검찰이 범죄단체 결성 및 자금 지원 혐의를 적용해 ‘마지막 세대’ 주요 활동가들을 급습한 것을 두고 독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논쟁이 뜨겁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뮌헨 지방검찰과 바이에른주 경찰 170명이 독일 전역의 ‘마지막 세대’ 거점 15곳을 압수수색했다. 22~38세의 이 단체 회원 7명은 범죄단체결성죄로 기소됐다. 이 중 2명은 독일 잉골슈타트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항을 연결하는 송유관 파괴 계획을 세운 것로 알려졌다. 독일 수사당국은 ‘마지막 세대’의 활동 후원금 140만유로(약 19억원)를 범죄활동 자금으로 규정하고, 활동가 및 후원자의 계좌정보를 압수한 후 사이트를 일시 폐쇄했다.

검경의 압수수색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지난 22일 “그림이나 거리에 자신을 붙이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말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손에 접착제를 발라 박물관의 명화나 고속도로 바닥에 붙여 이목을 끄는 ‘마지막 세대’의 ‘접착제 시위’를 겨냥한 발언이다. 독일 내에서는 총리와 수사당국이 합작해 기후활동을 ‘범죄’로 몰아가는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른 가뭄과 폭염 등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현행법 위반을 각오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개인 제트기 박람회는 활동가들의 시위로 일시 중단됐다.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국가의 화석연료 보조금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대 1500명이 고속도로를 봉쇄했고, 40명이 체포됐다.

기후활동가들의 시위 방식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벌금형을 부과하던 각국 사법당국은 징역형을 늘리는 추세다. 정부가 시위 자체를 불법화하는 추세도 감지된다. 라이너 벤트 독일 경찰노조 지도자는 “자칭 기후 구세주들의 거리 테러로 하루에도 수천번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이 범죄자들의 진정한 희생자로 인식되고 있다”며 압수수색을 환영했다.

그러나 좌파당과 녹색당 정치인들은 도로 봉쇄 등의 기후시위에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기후단체 ‘멸종저항’은 트위터에 “진짜 범죄자들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급습”이라고 논평했다. 청소년 기후운동 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도 “우리는 지구 기후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러한 위협을 규탄한다”고 했다.

독일 법조계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로피언24에 따르면 밀란 쿨리 함부르크대 교수는 “(수사당국이) ‘마지막 세대’를 범죄조직이라고 가정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심각한 범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를린검찰청도 기후활동가들의 시위 목적이 “생명의 자연적 토대를 보호하려는 국가 목표와 일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유로피언24는 전했다. 기후시위가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공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수사당국도 했다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기후활동가들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기후활동가들은 정부와 기업 지도자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중추적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들의 노력 없이 지구의 기후 목표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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