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능주의의 폐해’… 농인 95%가 10살 넘어 수어 배운다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부모들, 수어에 부정적 시선 의식
보청기 의존한 언어 치료에 몰두
韓 청각장애인 수어교육 평균15.6세
의사소통 외 문해·작문력 발달 저해도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으로 채택 등
수어·구어 동시 학습환경 구축 중요

수아양은 농학교에서 늦게나마 수어를 배우면서 일반학교에 다닐 때와 달리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때 수어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어머니 김미선(가명·47)씨도 이제는 딸의 수어 공부를 응원하고 있다. 김씨는 “보청기를 끼고 일반학교에서 구어로 소통하던 수아가 특수학교에서 수어를 배우면 도리어 말을 못하게 될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많은 청각장애 학생이 수아양과 같이 언어능력 발달 집중기를 지난 뒤 수어를 습득하고, 형식적인 통합교육 속에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성언어 사용이 우월하다고 믿으며 농인에게 청인처럼 행동하라는 압박이 강한 청능주의(오디즘·Audism)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수어를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사용하는 분위기를 저해하면서, 청각장애 학생들은 갈수록 고립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된 지 약 7년이 지났지만, 수어 사용자를 위한 수어 교육과 통역 지원 실태 등은 여전히 초라하다. 이들 농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받거나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있어서 불편을 겪고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농인 A(7)군의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느라 수어를 제때 배우지 못하면서 한국어와 수어를 둘 다 잘 구사하지 못하게 됐다. 인공와우 수술은 보청기로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들에게 인공와우를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로, 손실된 청각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수술 효과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고, 수술한다고 온전한 청력을 반드시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A군은 주변인과 소통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이 두 배로 힘들어졌다.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상> ‘소리강요사회’ 속 외면받는 수어 교육
① [단독] 무늬뿐인 장애학생 통합교육, 특수학교 재학 절반은 전학생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059
② ‘청능주의의 폐해’… 농인 95%가 10살 넘어 수어 배운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101
③ 전국 특수학교 192개교 중 농학교는 14곳 불과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100
<중> 수어통역, 법만 만들고 예산은 나 몰라라
④ [단독] 한 달 800건 넘게 수어 통역도… 격무에 이직 빈번 농인만 속앓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42
⑤ TV자막 아바타수어 번역…예산 부족에 상용화 난항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32
<하> 문화 빈곤 시달리는 수어 사용자
⑥ [단독] 한글 단어에 수어만 연결 ‘반쪽 사전’… “유튜브 보고 배워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7
⑦ [단독] 청각장애인 10명 중 3명 “1년간 영화관람 못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6
<다하지 못한 이야기>
⑧ 침묵과 소리의 경계… ‘소리 없이 빛나는’ 코다(CODA)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4469
⑨ 농인 수어통역사를 아시나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5351
⑩ 0.0007%의 기회…장애인·비장애인 ‘같이’ 관람하는 ‘가치봄’ 영화 관람해보니 [밀착취재]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4500189
윤준호·김나현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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