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파고드는 사이버 도박…치료 인프라는 '태부족'

진태희 기자 2023. 5.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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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10대 청소년에게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는 사이버 도박 문제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태희 기자 중1과 고1, 2개의 학년에서만 위험군이 3만 명 가까이 나왔습니다. 


이쯤 되면 일부 학생들의 아주 특수한 문제다 이렇게 보기만은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진태희 기자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인터넷 도박은 10대 청소년에게도 이미 흔한 일입니다. 


특히 사이버 도박은 또래 사이에서 마치 전염되는 것과 같이 번지기가 쉬운데요. 


사이버 도박으로 빚을 지고 학교를 자퇴한 취재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반에서 한 두 명이서 하던 게 전체 학급으로 번졌다고 하는데요, 주변의 권유로 가벼운 마음을 시작하다가 거액의 빚까지 진 경우도 많고, 또 중독되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또 다른 고등학생은 지난해 1월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도박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인터뷰에 응했었는데, 지난해 말 다시 연락을 해봤더니 여전히 도박 중독이 치료되지 않아서 결국 병원 안에 마련된 병원 학교로 전학을 간 상태였습니다. 


그만큼 도박에 쉽게 빠지고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겁니다.


이렇게 스스로 멈추기가 어려운 상태라면 게임에 쓸 돈을 대느라 더 자극적이고 위험한 활동, 심지어는 사기와 같은 2차 범죄에도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번에 처음으로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중1, 고1, 2개 학년에서 2만 9천 명이 나왔는데, 조사 인원 대비로 보면 3.2% 정도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나이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고요?


진태희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돈내기 게임을 처음 접한 평균 연령은 11.3세였고, 연령대로 보면 12세 이하가 66%p나 됩니다. 


도박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접근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인데요. 


여성가족부가 정의한 사이버 도박의 범주를 보면 사다리 게임과 빙고 같은 온라인용 내기 게임도 도박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사이트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별다른 인증 절차가 없을 때도 많은데요. 


겉보기엔 일반 개인과는 다를 게 없어서 주변 사람들도 가볍게 보기 쉽다는 게 진입 장벽이 낮은 이유입니다.


서현아 앵커 

모든 중독이 다 그렇지만 청소년기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성인이 돼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치료 인프라는 얼마나 갖춰져 있습니까?


진태희 기자 

사이버 도박 위험군은 전국의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방교육과 함께 집중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요, 재정이나 법률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 전문가와 연계를 시켜주기도 합니다. 


또 국가가 운영하는 상설 치유 기관에서 14주 정도의 집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공급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개입이 필요한 청소년이 확인된 것만 3%인데, 전체 10대 청소년으로 넓혀보면 약 1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해 봤더니 센터 치료 상담은 대부분 포화 상태였는데요. 


또 청소년은 보다 빠른 개입이 필요하지만 성인의 치료, 상담 접수를 같이 받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속도가 너무 더딘 것도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 문제에 의료적으로 대응하는 전담기관이 부족하고, 부처별 대응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서현아 앵커 

더 늦기 전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겠습니다. 


특히 이 사이버 도박은 인터넷 과의존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의존도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도박 중독에 빠질 위험도 높다는 건데, 지금 이 지표도 좋지가 않은 상황이죠.


진태희 기자 

여성가족부는 당초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도 5년 만에 5천 명이나 줄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맹점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조사 참여 인원이 조금씩 달라서 숫자만 봐서는 정확한 실태를 알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취재진이 따로 조사 참여 인원과 비교해 비율을 따져봤더니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학년별로 보면 초등학교 4학년은 0.4%p, 중학교 1학년은 0.2%p로 오히려 위험군 비율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던 겁니다. 


보도자료에서 따로 비율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도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 과의존도 저연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내년부턴 초등학교 1학년도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 조사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고등학생 경우엔 위험군 비율이 2.2%p 줄었는데 이에 대해선 정부도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많은 중독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을 합니다. 


내 아이는 안 그러겠거니 방심은 금물이겠고요.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더 많은 지원과 관심 필요하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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