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장 왜 이리 많나 했더니…전자제품 같은 자동차, SW 결함 늘어
2018년 8%서 올해 42%로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 제조업에 머물렀던 과거에는 SW 활용 빈도가 주행·제동 등 기계 제어 분야로 한정됐다.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 향상을 목표로 각종 편의 기능을 구현하는 데 SW를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SW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결함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매일경제는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자동차리콜센터에 2012년부터 이달 25일까지 공지된 제작사·수입사(상용차 포함) 66곳의 리콜·무상수리 등 사후조치 사례 4484건을 전수 조사했다.
분석 결과 최근 10년새 SW 관련 사후조치 건수는 2012년 6건에서 지난해 277건으로 4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사후조치 건수 중 SW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서 38.3%로 늘었다. 올해 1~5월에는 총 320건의 사후조치가 취해졌는데 이 가운데 SW 관련 조치는 135건(42.2%)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SW 결함 증가세는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16년 11월 출시된 6세대 그랜저(코드명 IG)는 누적 사후조치 31건 중 11건(35%)이 SW 결함과 연관됐다. 반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7세대 그랜저(GN7)의 경우 이달까지 누적 14건의 사후조치가 취해졌는데 이 가운데 10건(71%)이 SW 문제였다. 지난 4월에는 저속 주행 시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데도 소프트웨어 오류로 장애물이 있다고 오인하고 차량이 갑자기 멈추는 현상이 나타나 무상수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첨단·편의사양이 늘면서 SW 결함도 증가하고 있다. 제네시스 GV80(JX1)은 2020년 1월 출시 이후 이달까지 31건의 사후조치가 취해졌는데 이 중 20건(65%)이 SW 문제와 관련됐다. 2020년 3월 출시된 기아의 4세대 쏘렌토(MQ4)도 누적 사후조치 26건 중 15건(58%)이 SW 문제였다.
수입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실시한 SW 관련 사후조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59건(전체 사후조치의 44%), BMW코리아 42건(44%), 폭스바겐그룹코리아 30건(53%) 등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 모델인 벤츠 E클래스의 경우 지난해 실시한 총 31건의 리콜·무상수리 중 16건(52%)이 SW 관련 조치였다.
문제는 SW 결함은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하드웨어와 달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는 갖가지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으로 SW 결함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SW를 구성하는 소스코드가 많고 복잡도 또한 높은 탓에 완전무결한 결과물을 내놓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차량용 SW는 하드웨어 구동과 맞물려 작동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신차 출시 초기에 SW 결함이 속출하는 이유다.
세계 완성차 업계는 ‘SDV(SW 중심 차)’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갖춘 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완성차 제조사의 핵심 경쟁력은 SW에 달렸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다른 기술 산업과 달리 SW를 다룬 역사가 길지 않다. 차량에 SW를 통합하는 작업이 안정기에 접어들 전까지는 관련 결함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W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자동차 특성상 모든 케이스를 검증할 수는 없다. 안전과 직결된 핵심 기능은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개발하고 사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신속히 대응하는 데서 완성차 제조사의 역량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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