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잔고 3억으로 높이고 실제 거래 주체 공개
개인투자자 신규진입 쉽지 않은 듯
주가조작의 통로가 될 정도로 허점이 큰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고 나섰다.
거래 투명성은 높이고 투자 요건은 강화하는 것이 개선안의 골자다. 특히 CFD 투자가 가능한 개인전문투자자의 잔고 요건을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해 앞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신규 진입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먼저 CFD 신규거래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이 기간 동안 금융당국은 실제 투자자 표기 문제,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등 문제점이 드러난 CFD 관련 제도 전반을 보완할 계획이다.
2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차액결제거래(CFD) 규제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CFD는 최근 SG증권발 폭락 사태에서 주가 조작을 주도한 라덕연 측이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FD는 실제 주식의 직접보유 없이 가격변동분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장외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주문 주체를 알 수 없고 2.5배의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불공정 거래세력들의 주가조작 수단이 됐다.
◇CFD 정보투명성…실제 거래 주체·잔고 공개=
당국은 시장 참여자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CFD에 따른 주식매매시 실제투자자 유형이 표기되도록 했다. 현재 CFD 투자자의 96.5%는 개인이지만 CFD 거래에 따른 주식매매 주문을 제출하는 증권사가 국내업체면 기관, 외국업체면 외국인으로 투자자 정보가 집계돼 왔다. 한국거래소 시행세칙 개정과 거래소·증권사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CFD 거래여부와 실제 투자자 유형을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투자참고지표로 전체 CFD 잔고와 개별 종목별 CFD 잔고 등도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해 신규 매수, 상환, 잔고율을 공개하고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의 규모 이내로 관리토록 하는 것이다. CFD 중개 및 반대매매 기준 등을 포함한 'CFD 취급 관련 모범규준'도 마련된다.
또 거래소의 거래정보저장소(TR) 보고항목에 실제투자자의 계좌정보를 추가해 시장감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으로는 시장참여자들이 실제 투자자가 누군지, CFD 거래와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동안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신용공여한도의 제한이나 업계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전문투자자라도 고위험 잔고 3억원 있어야 CFD 투자=
CFD 거래를 위해 일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개인전문투자자 신청 및 심의는 앞으로 반드시 대면 확인(영상통화 포함)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뀐다. 2년마다 요건이 충족되는지도 역시 대면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개인전문투자자는 비대면으로 신청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고위험 상품 설명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이었다. 또 증권사가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체의 권유도 금지된다.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자체는 강화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는 개인전문투자자가 되면 CFD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별도 요건을 신설한다.
지분증권, 파생상품, 고난도 파생결합증권 등 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잔고가 1년 이상 월평균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 2019년 11월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춘 이후 4년여만에 다시 기준이 강화되는 셈이다. 이러한 요건도 반드시 대면 확인을 거치도록 제도를 바꾼다. 증권사가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확인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및 행정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당국은 'CFD 취급 관련 모범규준'을 마련해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CFD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실제 라덕연 측은 주식 거래량이 거의 없는 일부 중소 지주사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와 유사한 이해관계를 갖는 CFD 매도자에 대해서도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잔고보고 의무와 유상증자 참여제한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적용할 방침이다. 이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3분기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보완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때까지 앞으로 3개월간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 제한을 권고했다. 이후에는 시스템 및 내부통제체계 보완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 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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