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467억짜리 체육공원…해 지면 무용지물

전민영 2023. 5. 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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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곳은 청주시가 467억 원 들여 만든 체육공원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일을 마치고 찾아오는 저녁시간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서 반쪽짜리로 운영 중입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건지 전민영 기자가 현장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기자]
저녁 7시인데요.

벌써부터 축구장 운영 시간이 끝나 한산합니다.

수백억을 들인 체육시설인데 밤에는 이용 못하는 사연

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골대를 정리합니다.

유니폼을 벗고, 하나둘 짐을 챙겨 운동장을 떠납니다.

아직 날은 밝지만 축구장이 문닫을 시간이 된 겁니다.

청주시가 지난 2020년 완공한 체육공원인데, 무려 467억 원을 들여 축구장과 인공암벽장을 지었고, 야구장 3개 면도 공사 중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운동장을 비추는 조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길목을 비추는 가로등만 눈에 띕니다.

바로 이 이유로, 이 체육공원은 오후 6시 반이면 문을 닫습니다.

[류재평 / 축구 동호인]
"여름 같은 경우에는 아침보다는 저녁 운동을 많이 해야 할 건데 조명이 없으니까 너무나 아쉽죠. 수백억 이상의 예산을 들여서 이렇게 좋은 시설을 해놓고 반쪽 운영도 못하는 실정이다 보니까…."

문제는이 체육시설이 지어진 위치였습니다.

청주공항과 공군이 쓰는 활주로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있는 겁니다.

인공암벽장에 조명을 켜고 검증 비행을 한 결과, 조종사 대다수가 '활주로 인식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결국 인공암벽장 조명은 철거됐고, 공군 측은 신규 조명 설치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청주시청 관계자]
"조도를 낮춘다든가 가로등(조명) 높이 낮추고…
협의는 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이에요."

야간에는 조명이 없어서요. 카메라 불빛을 끄면 이렇게 사람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컴컴합니다.

그러다보니 조명을 갖춘 근처 다른 축구장은 예약 전쟁이 벌어집니다.

[최준규 / 축구 동호인]
"야간 운동 같은 경우에는 지금 용정구장이나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포화 상태입니다. 운동장이 없어요. 그 시간대는. 거기를 잡으려고 아주 그냥 경쟁이 심해요."

청주시는 축구장에 돔구장 형태로 지붕을 덮어 조명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만 100억 원의 예산이 더 듭니다.

[문현돌 / 축구 동호인]
"차라리 그 돈이면 싼 땅을 사서, 두 코트를 더 만들 수 있는…."

공사중인 야구장은 지붕설치가 어려워 야간에는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합니다.

체육공원 자리엔 원래 대규모 돼지 축사가 있었습니다.

악취 민원이 쏟아지자, 축사 부지를 매입해 활용방법을 찾아냈지만, 조명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청주시청 관계자]
"조명에 대한 도면은 누락이 된 상태로 협의가 가긴 갔는데…. 저희도 이게 나중에 유사등화(항공 조명과 헷갈릴 만한 조명)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수백억의 세금을 들이면서도 세밀한 검토를 하지 않아 대형 체육시설은 '반쪽짜리'가 됐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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