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입니다’ 무정차 버스, 출근땐 중간서 출발하자

한겨레 2023. 5. 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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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때문에 일산행 3030번 좌석버스에 몸을 실었다.

평일 아침 인천 부평에서 출발한 좌석버스는 몇 정거장 못 가 만차가 됐고, 기사의 "자리 없다"는 말에 타려던 여성 승객은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내렸다.

그러나 입석 금지는 유지하면서 노선 중간 거점 버스 출발을 시행하지 않으면, 출근 시간마다 '만석입니다'라는 푯말의 버스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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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입석승차가 중단된 지난해 11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버스정류장에 ‘만석입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된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상진 | 자동차 전문지 <오토다이어리> 기자

얼마 전,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때문에 일산행 3030번 좌석버스에 몸을 실었다. 평일 아침 인천 부평에서 출발한 좌석버스는 몇 정거장 못 가 만차가 됐고, 기사의 “자리 없다”는 말에 타려던 여성 승객은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내렸다. 버스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까지 ‘만석입니다’라는 팻말을 앞에 세워둔 채 남은 정거장을 모두 무정차로 통과했다.

나는 평등한 출근권을 보장하지 않는 지금의 대중교통제도가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긴 줄을 만들며 기다리던 탑승객들은 이미 만석인 버스를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정처 없이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각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더욱 이른 새벽 집 밖을 나서게 된다.

탁상행정에 빠진 행정가들은 “버스 배차를 늘리면 된다”고 헛소리만 늘어놓는다. 아무리 배차 간격을 줄인다 한들, 출발지에서부터 버스가 만석으로 출발해 버리면 아무 의미 없다. 노선의 중간이나 끝 지역에 사는 승객들은 결국 골탕을 먹는다. 이게 단순히 배차를 늘려서 될 일인가? 절대 아니다. 버스 이용이 많은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근 시간에는 노선 중간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천 대장동에서 인천 부평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가는 88번 버스다. 이 버스는 대장동 종점과 부평 청천동, 부천 중앙병원 등 거점에서 새벽에 동시 출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면서 버스의 혼잡도와 승객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 대부분 노선의 좌석버스는 이 같은 중간 출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버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입석 금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입석 금지는 유지하면서 노선 중간 거점 버스 출발을 시행하지 않으면, 출근 시간마다 ‘만석입니다’라는 푯말의 버스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모두의 시간과 이동은 소중하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출근하는 아침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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