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꺾이지 않는 마음과 누리호

입력 2023. 5.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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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지난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발사 당일 3시간 여를 앞두고 발사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으로 발사일이 하루 연기되긴 했지만, 항우연 연구진들의 밤샘작업으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첫 실전 발사 데뷔전'을 무사히 마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해외 발사체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발사체로 우리의 위성을 원하는 때, 원하는 궤도에 언제든지 쏘아 올릴 수 있는 독자적인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누리호 3차 발사를 계기로 '글로벌 우주강국(G7)'에 진입했음을 확인시켜 준 쾌거임에 틀림없다.

1993년 6월 4일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과학로켓 1호'를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쏘아 올린 지 30년 만에, 그리고 1992년 8월 11일 우리나라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기지에서 발사한 지 31년 만에 거둔 값진 결실이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7번째 우주발사체 자력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과실은 그냥 쉽게 얻어진 게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30년 간의 우리나라 우주개발 여정은 고난과 서러움, 좌절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발사체 개발에 처음 나섰을 당시인 1990년대 발사체의 핵심인 로켓 엔진을 개발할 기술, 인력, 시설 등은 형편 없었다. 과학로켓 엔진을 개발하고도 국내에서 성능을 시험할 변변한 시설과 장소가 없어 러시아에 애원해 현지에 가서 엔진성능 시험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엔진이 폭발해 다시 국내에서 수 차례 실패를 거듭해 엔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10년 본격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에 나섰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발사체 기술이 없다 보니 러시아에 기술협력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고, 기술 부재의 서러움을 당하며 러시아와 도움으로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 개발에 착수했다.

이마저 순탄치 않았다. 공동개발 방식임에도 러시아는 기술 보안을 이유로 항우연 연구진의 접근과 출입을 제한했고, 양국 연구진이 참여하는 기술 회의 때도 보안 유지에 철저히 했다. 기술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러시아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워야 했기에 러시아에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기술을 갖지 못해 당한 서러움을 뼈저리게 겪었다.

서러움을 걷어내자 그 자리에 실패가 찾아왔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2009년 첫 발사에서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다. 1년 뒤인 2010년 6월 2차 발사 때는 1단 로켓이 폭발하면서 또 한번의 실패를 겪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3년 뒤인 2013년 1월 나로호는 세 번째 발사만에 비로소 성공적으로 날아 올랐다.

우리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2021년 1차 발사에서 3단 엔진 조기 연소 종료가 원인이 돼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해 첫 실패를 맛봤다. 이어 2022년 6월 2차 발사는 발사 전에 강풍과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이상 등 기상 악화와 기술적 결함이라는 암초를 만나 발사일이 엿새 가량 미뤄졌다. 하지만, 항우연 연구진의 집념과 노력 덕분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려 우주개발의 새 역사를 썼다.

2차 발사 성공의 좋은 기운을 받아 3차 발사를 준비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마주했다. 누리호 발사체 주역들이 조직개편에 반발해 보직 사퇴하는 초유의 내홍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주위에선 "이런 상황에서 3차 발사가 가능하겠냐"는 우려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3차 발사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와 걱정이 점차 커지자, 항우연 연구진들은 이를 불식시키고자 업무에 복귀해 3차 발사 준비를 이어갔다. 3차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연구진의 집념과 열정은 발사를 앞두고 발생한 통신 오류 문제를 밤을 꼬박 새워 가며 해결하게 한 든든한 힘이 돼 줬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지난 30년 간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며 쌓아온 기술 축적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버텨온 우리 연구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분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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