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갈라진 튀르키예 국민들, `민족주의 에르도안` 종신집권 열다

이규화 입력 2023. 5.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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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국민들이 28일(현지시간)대선 결선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승리한 결과가 나온 후 이스탄불 거리에서 집회를 갖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 국민들도 반반으로 갈라졌습니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52%를 득표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연임을 막아설 것으로 기대했던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48% 득표에 그쳤습니다.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YSK)가 이날 밤 99.43%를 개표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4%를 얻어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튀르키예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거처에 모여든 수천 명의 지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고 합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도 지지자들이 차량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이번에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선거 전만 해도 이번에야말로 20년 집권에 마침표를 찍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한때 군부 쿠데타로 인해 위기를 맞는 듯했던 에르도안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유감스럽게도 튀르키예의 권위주의 정치는 계속될 듯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 러시아와 글로벌 사우스는 안도하게 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이단아에 골치를 앓아온 미국과 서방은 앞으로도 튀르키예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족주의(종족주의)에 편승한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통치와 비정통적 경제정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후퇴, 경제난, 국제사회에서 국가이미지 추락 등 튀르키예에 닥친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에르도안은 2017년 개헌을 통해 부통령 및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했습니다. 나아가 대대적 숙청과 규제를 통해 언론과 사회 전 분야까지 장악했습니다. 헌법을 고치면 최장 2033년까지도 집권이 가능합니다. 민주주의를 채택할 나라치고 한 사람이 30년을 집권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튀르키예의 대선은 올해 세계에서 치러지는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튀르키예뿐만 아니라 미국과 EU 등 서방과 러시아 중국 등 반서방, 서남아시아 국제질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만약 그가 패배한다면, 현재 제왕적 통치를 행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었습니다.

이번 대선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가 내세우는 서방과 반서방간의 중간노선, 이슬람주의 강화, 지역 맹주로서 군사력 강화 등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고물가와 경제난을 초래한 저금리 정책과 중앙은행에 대한 개입 등 비정통적 경제정책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으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재선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며 "현안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48%의 국민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튀르키예 국민들이 그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탄불과 앙카라, 안탈리아 등 대도시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그의 제왕적 통치스타일에 반감을 갖는 국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은 과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48%) 득표를 한 것은 도시 중산층과 식자층을 중심으로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로는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반반 갈라진 튀르키예 국민들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숙제입니다. 결국 그 결말은 국민이 그를 진정한 대통령으로 믿고 따르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세계 자유시민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강 지정학적 이점'을 지닌 튀르키예가 번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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