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채용’ 선관위 고위직 6명, 사적 이해관계 신고도 안 했다

박지원 2023. 5. 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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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찬스’ 특혜채용 논란 확산
당시 신고 의무… 규정 위반 소지
김세환 前 사무총장 등 3명 채용 때
면접관 대부분 함께 일한 적 있어
사의 밝힌 박찬진·송봉섭 등 3명
조사 중 징계 없는 면직 특혜 논란
與 “자정 불가” 노태악 사퇴 압박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공직자들의 자녀 면접에서 면접관 상당수가 해당 고위직과 같은 근무지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 해당 고위직 자녀들에게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파악돼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9일 여권에 따르면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을 받는 선관위 고위직 6명 중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A씨의 자녀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 중 일부가 해당 고위직과 같은 근무지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김 전 사무총장 자녀가 지난 2020년 1월 인천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선관위 8급 경력직으로 채용됐던 당시 면접관으로 들어간 내부위원 3명은 모두 인천 선관위에서 김 전 사무총장과 같은 시기 일한 경력이 있었다. 이들 중 두 명은 김 전 사무총장 자녀에게 면접 평가 기준인 5개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인 ‘상(上)’을 줬고 나머지 한 명은 한 개 항목만 ‘중(中)’으로 평가하고 나머지 네 항목에 대해선 역시 ‘상’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오른쪽)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커지자 두 사람은 지난 25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선관위는 이를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선관위 8급으로 채용된 신 상임위원 자녀 면접에서는 네 명의 면접관 중 내부 위원 두 명이 신 상임위원과 서울시위원회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신 상임위원 자녀에게 5개 항목 모두 ‘상’으로 최고점을 줬고 다른 한 명은 ‘상’ 3개, ‘중’ 2개를 줬다.

2021년 9월 선관위 8급 경력직 채용된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A씨 자녀 면접에서도 내부 위원 두 명이 A씨와 같은 근무처에서 일한 적 있는 이들이었다. 두 면접관 모두 A씨 자녀에게 4개 항목 ‘상’, 1개 항목 ‘중’의 높은 점수를 줬다. 마찬가지로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윤재현 전 세종시 선관위 상임위원 자녀 채용에서는 면접관과 해당 고위직의 근무지 중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6명의 고위직은 자녀 채용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이들의 자녀가 채용된 시기 선관위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에 따르면 A씨와 윤 전 상임위원 자녀 채용과 관련해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가 접수되지 않았다. 앞서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 신 상임위원, 김 전 사무총장 자녀 채용과 관련해서도 이해관계 신고가 접수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유사한 내용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6월 삭제됐지만 여권에서는 채용이 이뤄졌단 시기 해당 행동강령 조항이 존재했던 만큼 규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대상인지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태극기와 선관위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여당은 선관위가 지난 25일 사퇴 의사를 밝힌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서도 ‘특혜 면직’이라는 공세를 펴며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제 식구 봐주기 특혜면직”이라며 “파면·해임이 아닌 의원면직을 하면,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번 기회로 선관위의 비대한 특권에 대한 대수술은 물론 정치적 중립을 위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선관위를 자정 불가, 회생불능의 위독한 지경까지 방치한 선관위원장이 하루빨리 거취를 결단해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선관위는) 매번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다가 비판이 거세지면 대단한 결심인 것처럼 ‘꼬리 자르기 탈당’으로 조사와 징계를 무력화하는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국민적 분노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노 선관위원장은 사퇴는커녕 그 흔한 유감 표명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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