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 “켈리,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상자 팔려…맥주 1위 반드시 탈환”
“신제품 ‘켈리’는 출시한 지 약 한 달 만에 100만 상자(330mL·30개 들이)가 팔렸다.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에) 잃었던 ‘맥주 시장 1위’ 재탈환을 위한 승부를 올해 안에 낼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5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신제품 켈리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켈리는 전분을 섞지 않고 100%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로 만들어 보리 맛이 강한 ‘올 몰트’ 스타일 맥주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대표이사 사장 취임 후 12년간 언론 앞에 서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로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무조건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켈리 성공에 모든 것을 걸었다”면서, 켈리 캔·병의 호박색과 비슷한 주황색 에르메스 넥타이를 맸다. 김 대표는 이 넥타이를 켈리 출시 후 한 달 내내 하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시장에서 ‘참이슬’과 ‘진로’로 1위를 공고히 한 것처럼, 맥주 시장에서 테라와 켈리 둘 다 흥행시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켈리는 지난 2019년 ‘테슬라(테라와 참이슬을 섞어 마시는 방법)’ 조합으로 출시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테라보다 초기 판매 속도가 빠르다.
앞서 켈리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맥주 전쟁이 3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켈리와 테라의 연합 작전으로 이 지난한 30년 전쟁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40%였다가 현재 30%대로 내려앉았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량 중 테라 비중이 65%다.
켈리가 출시된 지난 4월 하이트진로 맥주 판매량은 444만 상자로, 1년 전 같은 기간 판매량(348만 상자)보다 100만 상자 가까이 늘었다. 구성비는 테라가 246만 상자 △캘리 74만7000상자 △필라이트 80만 상자 △기타(하이트 맥스) 44만 상자씩이었다. 김 대표는 “1년 전 실적과 비교하면, 테라 판매량에 카니발라이제이션(신규 제품의 기존 제품 판매량 잠식) 없이 켈리의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켈리 초기 판매 현황, 기대한 만큼인가.
“4월 4일 출고 후 소비자 반응이나 소셜미디어(SNS) 리뷰, 판매량 등은 완벽하다. 맥주 성수기가 5월부터 9월까지인데, 집중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한다면 판매량이 많이 늘 것으로 생각한다.”
맥주 시장 1위 탈환 목표 시점은 언제쯤인가.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올해 켈리를 1200만~1500만 상자만 팔아도 성공적이다. 그러면 1위 재탈환에 걸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을 걸로 본다. 테라의 경우 지난 2019년 3월 출시했는데, 그해에 1590만 상자를 팔았고, 2000년에 3200만 상자를 팔았다.
이후 연간 평균 3200만 상자를 지난해까지 팔았다. 2018년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량은 4600만 상자, 시장 점유율은 28.6%였는데, 테라를 출시하고 2020년에 5500만 상자를 팔고 시장 점유율이 약 40%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켈리 마케팅을 너무 공격적으로 해서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맞췄다. 영업이익 적자는 두렵거나 무섭지 않고,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비용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어야 맥주 시장에서 잃었던 1위를 재탈환할 수 있다고 본다.”
켈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일반적인 맥주병처럼 갈색이 아닌 주황색이 가미된 독특한 곡선형 패키지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또 병 모양과 향에서 오는 부드러움, 쳥량감, 시원함이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패키지는 술의 경쟁력이다. 가령 참이슬과 진로의 경우 희석식 소주라는 점은 같지만, 초록색과 스카이블루로 패키지가 다르다. 부드러운 병 모양과 레트로 콘셉트 덕에 진로는 출시된 해에 1100만 병이 판매됐다. 그러나 참이슬 판매량에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없었다. 그때도 병이 예쁘다 보니 여성이 더 많이 음용했다. 젊은 세대, 여성이 선도하면, 모든 층이 따라간다.”
소주 이야기를 해보자.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인기에 진로가 위축됐다는 말도 있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내부 데이터로 보면, 지난해 연간과 올해 1분기 소주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올라 소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분간은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올리지 않겠다고 얼마 전에 보도자료를 냈는데, 상황이 변했다고 또 올리겠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주류 업계뿐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원부자재·유틸리티 비용,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가격 인상 안은 합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내년이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이다.
“하이트진로는 식음료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업이며, 상장 기업 중에서는 여덟 번째다. 조직 역량, 문화,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가다듬는 100주년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해외 매출은 2030억원이었는데, 이 중 소주가 1530억원어치 팔렸다. 소주 8.5%, 맥주는 1.5% 매출이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미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성장률이 가파르고, 중국 판매량도 늘고 있다.”
향후 해외 사업 목표는.
“소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 교민이 주 고객이었는데, 3년 전부터는 현지인을 목표로 마케팅, TV 광고, 사회 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K문화와 함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서 물량을 늘려갈 생각이다.”
이상적인 ‘소맥’ 비율은.
“‘소맥 타워(소주와 맥주를 섞어 바로 따라 마실 수 있는 용기)’에 맥주 3병(1500㏄), 소주 1병(360㏄)을 넣었을 때의 비율. 맥주와 소주의 5 대 1 비율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맛있는 소맥은 ‘어라 이거 폭탄주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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